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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청소기 벤처 신화를 이룬 한경희생활과학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겨레

스팀청소기 하나로 생활가전시장의 지형을 바꾸며 ‘여성 벤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이 자금난으로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주채권은행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12일 “지난달 말 한경희생활과학에 대한 공동관리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해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실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와 신용평가사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순손실이 300억원대를 넘기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감사 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회사의 2015년치 감사보고서에 ‘감사거절’ 의견을 냈다.

1999년 회사를 만든 한경희(53) 대표는 평범한 공무원이자 ‘워킹맘’으로 살다가 스팀청소기를 발명해 생활가전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손걸레질의 고단함을 주부들의 눈높이에서 해결한 스팀청소기는 집집마다 기본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았다. 후속 제품인 스팀다리미가 연달아 인기를 끌며 2005년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해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포브스 등 외국 언론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후 신제품들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화장품, 음식물 처리기, 전기 프라이팬, 정수기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실패를 반복했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스팀 청소기와 다리미의 위세가 꺾인 뒤 많은 ‘미투 제품’(인기 상품의 유사 제품)을 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급하게 꺾였다”고 말했다.

또 스팀청소기 국내시장이 포화에 이르며 미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백화점과 홈쇼핑 등의 진출에 과도하게 투자한 것도 자금난을 가속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4년 당시 반짝 유행한 탄산수 제조기 사업에 뛰어들면서 미국 기업과 제휴를 추진하다가 송사에 휘말려 타격을 입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공격적 해외 투자 과정에서 비용 손실이 발생했으며, 최저가격정책을 고수하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했다”며 “앞으로 핵심 제품에 집중하고 가격 정상화 등 유통 정책 재정비를 통해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에는 사명도 미래사이언스로 바꿨다. 이 회사는 성장의 기반이 된 스팀 가전 쪽의 기술력을 강화한 청소기와 다리미를 올해 안으로 내놓고 주방도구로 사업영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경희 대표는 “스팀 기술 하나로 청소 문화를 바꾼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매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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