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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광고가 당신을 유혹하는 방법들

설 연휴 등 며칠 간 쉬는 날이 이어질 때 성형외과는 붐빈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외모를 가꾸어 나간다. 화장을 하는 것은 이미 오래 된 일 중 하나이며, 미용성형수술 역시 그런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근대성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우리 시대의 화장, 미용, 성형 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외모를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면 다음 글에 주목해 보자.

1. 불편 없이 살아가다가 기업이 치료제를 개발하면 그것을 사용한다.

“속눈썹 소모증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그처럼 오래되었지만 부단히 반복되는 드라마의 또 다른 재공연에 불과합니다. 너무 짧고 충분히 짙지 않은 속눈썹은 여성들이 환영할 만한 조건이 아닙니다(사실 모든 눈썹은 너무 짧고 충분히 짙지 않습니다. 아무리 길고 짙더라도 얼마든지 더 길고 짙어질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그러한 결함을 비극으로 만들 여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방암이나 불임처럼 철저한 치료를 요하는 질병은 두말할 필요 없고 병으로 여길 여성들은 더 적을 것입니다. …. 하지만 일단 막강한 제약회사인 앨러간(얼굴에 주름이 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게 보톡스라는 축복을 베푼 회사와 동일한 회사입니다)이 아주 옅은 또는 숱이 가는 속눈썹은 의학적 개입을 요구하는 질환으로 진단되었다고, 그리고 다행히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발견되었으며 라티스라고 불리는 로션 형태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자,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책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지그문트 바우만 저)

사람들의 몸은 사실 완벽하지 않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특별히 못 느끼고 살아간다. 적응도 되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편 없이 살아가다 거대 제약 기업의 마수가 뻗어오면 벗어날 길이 많지 않다. 저자는 속눈썹이 짧고 짙지 않은 것은 당연한데, 그것이 의학적으로 질병이며,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지면 그때부터 계속해서 치료를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싫어서라도 말이다.

2. 성형 관련 광고는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난의 손가락질로 느껴진다.

“2006년에 미국에서만 1,100만 건의 성형 수술이 시술되었습니다. 지금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는 거대 산업이 된 성형 수술 전문 병원의 전형적인 광고는 외모에 대해 불안해하는 여성이라면 거의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유혹으로 꽉 차 있습니다. …. 유혹들은 무수하며, 사방에 그물이 쫙 펴져 있지요. 그리고 걱정하는 데는 다 뭔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거의 모든 여성이 개인적으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건드리고 있다고 느끼는 유혹을 적어도 하나는 발견하게 되지요. 즉 개인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며 의무에 지나치게 미지근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질책하는 유혹 말입니다.” (책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지그문트 바우만 저)

각종 미용, 성형 산업에서 유혹을 위한 광고의 힘은 강력하다. 성형외과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지만, 자신의 얼굴 혹은 신체 일부가 문제가 있다고 여긴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자는 그런 광고를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비난의 손가락질에 비유한다.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웃고 넘길 사진이 아니다.

3. 기어코 불안을 유발시켜 시술을 받게 만든다.

“얼굴 하나만 해도 병원은 주름 제거 수술, 광대뼈 이식, 코 수술, 귀 교정, 쳐진 눈꺼풀 올리기, 턱 이식 등을 권합니다. 만약 얼굴이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면 가슴을 한 번 살펴봐야지요. …. 혹은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 수술 등이 있습니다. 그러한 광고들이 엄청난 반응(그리고 도덕적 압력!)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은 거의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008년 4월,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 NBC의 세일턴(William Saletan)은 미용 수술은 너무나 안전하게 돈을 긁어모으는 일이 되었다며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렇지 않았더라면 의학을 전공할 사람들이 대신 성형 수술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1년을 기준으로 성형 수술 산업 …. 의 가치는 현재 120~200억 달러에 달한다. 2주 전에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8가지 의학 전문 영역 중 의과위원회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한 의과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세 영역은 성형외과 분야인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책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지그문트 바우만 저)

저자는 불안함을 유발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미용 관련 기업 혹은 성형외과들의 수익은 꾸준히 보장된다고 본다. 의과대학에서도 성형외과 분야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삶은 나아질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불편들에 필사적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 시장에서의 불편함과 애로사항은 모욕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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