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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SK 사면 약속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 원성윤
  • 입력 2017.01.12 04:43
  • 수정 2017.01.12 04:46
ⓒ한겨레

지난 2015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정부의 특별사면 공식 발표 사흘 전에 교도소에서 ‘사면을 해줄 테니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박근혜 대통령 쪽 요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한 사실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입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특검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영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2015년 8월10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가 “박 대통령이 사면을 하기로 하며 경제 살리기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사면으로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최 회장과 김 위원장의 이런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실제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8·15 특사 명단에 포함돼 2015년 8월14일 0시에 출소했으며, 사흘 뒤인 8월17일 에스케이 쪽은 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4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 에스케이 쪽은 두달 뒤 박 대통령 주도로 미르재단이 설립되자 총 68억원을, 지난해 1월 만든 케이(K)스포츠재단에 총 43억원을 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의 사면은 없다’는 대선 공약사항을 어기면서까지 최 회장을 특사로 풀어준 데 대한 보답 차원으로 에스케이 쪽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총 111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에스케이 쪽의 재단 기금 제공 당시 횡령 등 혐의로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에스케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불투명했던 만큼 기금의 뇌물 성격이 더욱 짙다고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16년 7월29일 가석방됐다.

특검팀은 최 회장의 특사가 결정되기 20여일 전인 2015년 7월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기업 간담회 뒤 진행된 박 대통령과 김창근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단독 면담에서 최 회장의 사면 문제가 논의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확보했다.

특검팀은 2015년 8·15 특사 일주일 전인 8월8일께 ‘에스케이 사면을 검토하고 특사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자료를 에스케이 쪽에서 받아 검토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 중순까지 8·15 특사를 전후로 김 의장과 이만우 에스케이그룹 피아르(PR)팀장, 손길승 에스케이텔레콤 명예회장이 안 전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및 통화내역에서 최 회장의 특사가 사전에 물밑 조율되고, 사후 ‘고맙다’는 사례 인사가 오간 내용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쪽은 “김영태 위원장이 최 회장을 접견한 때는 이미 언론을 통해 최 회장이 사면 대상인 것이 알려졌다. 미르재단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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