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정준희 서기관(52)을 두고 최순실과 김종 차관의 전횡을 막아낸 '영웅'이라는 보도와 '가담자'라는 보도가 하루를 두고 터졌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 50대 서기관 정준희 씨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사주를 받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의 압력에 맞서 13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 서기관의 영웅적인 행보는 이렇다.
- K-스포츠클럽 사업 : 문체부의 지원을 받은 국민생활체육회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 민간단체를 사업자로 선정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사업.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과는 별개.
- 김종 전 차관이 “K-스포츠클럽 운영에 문제가 있으니 이 클럽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만들라”고 지시.
- 김종 차관의 의도는 사실 K-스포츠클럽 운영권을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던 K스포츠재단에 넘겨 연 130억 원 규모의 관련 예산을 주무르려는 것.
- 정 서기관 “컨트롤타워가 새로 생기면 사업 전체가 특정 민간단체에 넘어가게 된다”며 거부.
- 김전 차관이 전략을 바꿔 '한 거점당 3년간 24억 원을 지원받도록 계획을 세우고, 클럽 사업자를 수의계약(임의 선정)으로 선정할 수 있게 절차를 만들도록 지시'.
- 정 서기관이 또 다시 "사업자는 공모로 선정해야 한다"며 거부. -동아일보 보도 사실 관계 정리(1월 10일)
이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역사회의 체육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이를 K스포츠재단에 넘기려 했던 김종 차관의 계획을 한 서기관이 인사 불이익을 무릅쓰고 막았다는 얘기.
그러나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기사가 나가고 나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그 보좌진들은 황당해 했다고 한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김 의원 측은 정 서기관을 영웅은 커녕 감사원의 감사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노컷뉴스가 보도한 사실 관계는 이렇다.
- 정 서기관이 최순실이 지배한 K스포츠재단 간부와 함께 직원차를 타고 전국을 시찰한 것으로 드러남.
- 정 서기관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문체부에서 용역을 맡아 문제가 된 'K-스포츠클럽 운영 개선방안 연구'에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함.
- 지난해 초 K스포츠재단 간부·대한체육회 부장과 함께 전국 지자체를 순회하며 정부의 '거점형 K 스포츠클럽' 사업자 선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
- 김 의원 측은 K스포츠재단이 K 스포츠클럽의 거점형 사업자 선정 공모가 나기도 전에 문체부 직원과 체육회 간부를 대동하고 지자체를 돌며 사업을 따내기 위한 밑 작업을 했으며, 해당 공무원이 정 서기관이라고 언급. -노컷뉴스 보도 사실 관계 정리(1월 10일)
노컷뉴스는 당시 정 서기관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의원실을 찾아와 "김종 차관이 동행하라고 시켰다"며 관련 의혹을 전부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K스포츠 클럽을 K스포츠 재단에 넘기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정 서기관이 꽤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정 공모가 나기도 전에 K스포츠재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함께 지역 사업자를 만났는지의 여부에 따라 영웅인지 부역자인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어쩔 수 없이 감사원의 손으로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