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로타의 사진이 문제인 이유

로타 사진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고, 한국이 성적으로 꽉 막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는 말을 보고.십 년도 넘은 언제인가 연예인 모 씨가 위안부 컨셉으로 섹시 화보를 찍은 적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난리가 났고 그분은 사과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사과하고 그랬었다. 이게 왜 잘못됐을까? 그 엄청난 비극적인 일을 모바일 섹시 화보로 소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것을 섹시 컨셉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그런 여자를 보고 욕망을 느끼는 '가해자' 입장이었다.

  • 양파
  • 입력 2017.01.11 08:58
  • 수정 2018.01.12 14:12

로타 사진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고, 한국이 성적으로 꽉 막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는 말을 보고.

십 년도 넘은 언제인가 연예인 모 씨가 위안부 컨셉으로 섹시 화보를 찍은 적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난리가 났고 그분은 사과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사과하고 그랬었다.

이게 왜 잘못됐을까? 그 엄청난 비극적인 일을 모바일 섹시 화보로 소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것을 섹시 컨셉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그런 여자를 보고 욕망을 느끼는 '가해자' 입장이었다. 물론 이렇게 주구창창 설명 안 해도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은 격렬한 반감을 느꼈다. 표현의 자유를 논하는 이도 없었다.

로타의 사진이 왜 잘못됐을까?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건 옳지 않다, 이건 동의하죠? 미성년자를 성적 상대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가 있다는 거 동의하죠? 지금 성인 여자들도 어렸을 때엔 한두 번 안 겪은 사람이 없는 거 아시죠? 그런데 그것을 섹시 컨셉으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미성년자를 보고 성욕을 느끼는 남자' 입장입니다. 이렇게 주구창창 설명해야 왜 반감이 느껴지는지 이해가 간다면 그게 너무 당연하게 소비되어 온 사회에 물들었다는 뜻입니다.

설리가 킴 카다시안 컨셉으로 전라 섹시 화보 찍는다? 노상관. 온라인으로 전라 몸캠한다? 노상관. 자기 섹스 테이프를 만들어 직접 풀고 다닌다? 노상관. 성인 여자,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성욕이나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으로 드러내겠다면 전혀 말리지 않겠으나, 그것을 솔직히 표현하는 대신에 어린아이 컨셉으로 '나는 무력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순하고 얌전하지만 섹시하니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식의 섹시 화보를 찍는 것? 이게 정말 무해하다고?

다시 묻는다. 위안부 컨셉 섹시 화보가 '색감'이 좋았다면 용서되는가? '빛을 잘 써서' 예술성이 있었다면? 그 비극적인 사건을 재조명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더 모으기 위해서 그런 건데 왜 음란마귀가 씌여서 그딴 식으로 보냐고 한다면?

네. 개소리 맞아요. 둘 다.

"로타식 사진이 범죄도 아닌데 왜 그러냐, 살인하는 게임 한다고 살인 많이 하냐? 섹시 미성년자 좋아한다고 성범죄자 되냐?"는 오늘발 아무말을 보고.

살인하는 게임 한다고 살인 많이 안 합니다. 그런 충동은 더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긴 힘듭니다. 왜냐면 우리 사는 세상에는 법이 있고 경찰이 있고 사람들은 머리가 있거든요. 그런데 왜 섹시 미성년자 사진 가지고 뭐라 하냐 하면, 미성년자 상대 상황에서는 법과 경찰이 먼 경우가 많고, 윽박질러서 넘어가기도, 아니라도 둘러대기도 쉽고, 사람들은 머리가 있어서 그걸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 죽은 것보다 성추행 성희롱은 훨씬 더 숨기기가 쉽죠.

로타 스타일의 사진이 유행하고 그런 미성년자틱한 이미지에 성욕을 느끼는 것, 예쁘게 보는 것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른 미성년자를 보고 성욕을 느껴도 아 뭐 이건 정상이야 다들 그래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그런 정서가 확산됩니다.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기획자는 걸그룹 컨셉을 잡을 때 순하지만 섹시한 컨셉이 잘 먹힌다고 계산합니다. 이제 그런 걸그룹이 넘쳐나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런 여성이미지를 소비하고 정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아직도 범죄는 없습니다.

자, 편의점 알바하는 십대 여고생은 30대 사장님이 작업을 거는 것이 싫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오늘 너 섹시해 보여 어쩌고 합니다. 우연인 척 신체 접촉도 합니다. 십대 미성년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고 보편화 되었으니 괜찮다고 정당화된 사회의 한 면입니다. 이것을 쉽게 막을 법은 없습니다. 경찰도 헐레벌떡 쫓아오지 않죠. 데이트 신청으로 고소할 수는 없고, 좀 더 끈적하게 작업을 걸어도 증거 모아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잘나가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에게 유명한 학원 선생님이 너 이쁘다, 내가 너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등등의 추파를 건넵니다. 이 학원 선생은 친구들에게 "산삼보다 고삼"같은 농담을 듣고, 가르치는 십대 여학생들에게 성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괜찮다는 식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은근히 섹시함을 드러내는 걸그룹에 익숙해져서,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따르는 여학생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니까 작업 걸어도 될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걔가 먼저 꼬리쳤다고도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런 식의 미성년자 이미지를 소비해왔으니까요. 또 그 변명을 듣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해왔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멍하니 정신 빠진 얼굴로 팬티를 드러내놓은 여자애들 많이 봤거든요. 여기에도 역시 법은 없고 경찰은 없습니다. "너 이쁘다, 내가 너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정도로 사법 처벌 가능할까요?

미성년자를 성대상화 하는 문화가 멀쩡한 사람을 변태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있는 이들에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특히나 약자인 미성년자와 1:1의 상황일 때 '들키지 않으면 되고, 들켜도 큰 문제 안 되겠다'며 머리를 굴리게 만들고, 그런 짓을 하고서도 미성년자가 유혹했다는 식의 내러티브가 먹히게 만듭니다. 얘도 같이 즐겨 놓고 그런다는 식으로 말해도 그럴듯하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생깁니다. 피해자가 고발해도 '그럴 수도 있지'가 됩니다.

그래서 옳지 않다는 겁니다. 아니 근데 진짜 이 교과서적인 말까지 해야 하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로타 #양파 #문화 #사회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