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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제3의 비선 의료인에게 '봉침 주사' 맞았다

A bee lands on a sunflower to gather pollen in Encinitas, California June 23, 2009. REUTERS/Mike Blake/File Photo
A bee lands on a sunflower to gather pollen in Encinitas, California June 23, 2009. REUTERS/Mike Blake/File Photo ⓒMike Blake / Reuters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외에 또다른 ‘비선’ 의료인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봉침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았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과 관련해 세월호 당일 오전 이 의료인이 청와대에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최근까지 한달에 한번꼴로 서울 강남구 ㅇ의원 홍아무개 원장을 불러 ‘봉침’으로 세간에 알려진 주사를 맞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봉침’은 벌의 독을 추출·정제해 주입하는 시술로, 주로 고관절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ㅇ의원 쪽은 자신들이 동물독을 추출해 사용하는 ‘아피톡신 주사’가 면역력 상승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홍 원장은 청와대 공식 주치의나 자문의가 아닌데도 주로 저녁 늦은 시간에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고 홍 원장의 핵심 측근들은 전했다.

홍 원장과 가까운 ㄱ씨는 “홍 원장이 ‘박 대통령이 허리가 안 좋아서 침을 놔주러 간다’고 자주 말했다. 주로 청와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홍 원장은 ‘내가 벤츠 차량을 타고 가면 검문검색 없이 청와대를 출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홍 원장의 측근들은 홍 원장이 청와대를 들어갈 때는 안봉근 전 비서관과 주로 연락을 취했다고 전했다. 안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5년 1월 전까지 대통령 관저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의 최고 책임자였다.

‘주사·기치료 아줌마’를 직접 자신의 차량으로 청와대에 데리고 온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안 전 비서관실 소속 직원이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ㄴ씨는 <한겨레>와 만나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온 뒤 주로 연락을 했고, 홍 원장은 대부분 병원 진료를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한달에 한번꼴로 들어갔고, 한번에 2시간 정도 머물렀다. 진료비로는 수십만원을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홍 원장의 측근들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이름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ㄴ씨는 “홍 원장이 2014년 초 치료하러 갔을 때 ‘최여사가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원장은 최씨를 ‘최여사’로 호칭했으며, 최씨는 대통령이 시술을 받는 내내 옆을 지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의료인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원장은 2002년 일반 의약품과 봉독을 혼합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투여한 사유로 한달간 의사면허자격이 정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홍 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법원에 낸 소송 판결문을 보면, 어떤 의학 분야에서도 ‘수련 과정’(인턴·레지던트)을 거치지 않은 홍 원장은 대체의학회가 실시한 이틀간의 연수를 받고 교육비디오 및 책자를 통해 봉침요법을 혼자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ㅇ의원은 비선진료나 불법시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ㅇ의원 쪽은 “박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진료한 것은 맞지만, 취임 뒤 홍 원장이 청와대를 드나든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ㅇ의원은 지난해 말 돌연 휴업하고, 병원이 입주해 있는 강남구 5층 건물을 통째로 폐쇄했다. ㅇ의원은 평소 예약을 받지 않아 대기시간이 평균 2~3시간 이를 정도로 환자가 많았던 곳이다.

ㅇ의원 쪽은 이에 대해 “최순실씨 사건이 터지고 몇몇 언론에서 우리를 찾아 왔었다. 괜히 구설수에 오르는 것 같아 문을 잠시 닫은 것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홍 원장이 고관절이 안 좋아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한 결과 ㅇ의원은 지난해 11월12일자로 폐업 신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은 “비선진료 의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통령의 각종 불법 의료시술 외에 추가적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홍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십 차례 연락했으나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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