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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작가·출판계 '좌파척결'을 직접 지시했다. 김기춘은 '빨갱이 말살정책'이라고 불렀다.

  • 허완
  • 입력 2017.01.10 05:44
  • 수정 2017.01.10 06:24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speaks during a ceremony marking the 70th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from Japan's 1910-45 colonial rule, following the end of World War Two, on Liberation Day in Seoul, South Korea, August 15, 2015. REUTERS/Kim Hong-Ji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speaks during a ceremony marking the 70th anniversary of the liberation from Japan's 1910-45 colonial rule, following the end of World War Two, on Liberation Day in Seoul, South Korea, August 15, 2015.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박근혜 대통령이 '창작과 비평(창비)'과 '문학동네' 등을 콕 집어 정부 지원 삭감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특검에서 나왔다. 또 박 대통령이 '문제서적'을 우수도서 선정에서 제외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10일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특검 진술 내용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2015년 초에 있었으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연루된 것으로 지목됐다.

박근혜는 창비와 문학동네를 콕 집어 지목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초 김상률 당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과 비평’(창비) ‘문학동네’ 등의 좌파 문예지만 지원하고, 건전 문예지에는 지원을 안 한다. 건전 세력이 불만이 많다”며 지원 정책 수정을 지시했다는 청와대와 문체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문체부가 창비, 문학동네 등 해당 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이들이 출간하는 도서 지원을 축소한 정황도 포착했다. (동아일보 1월10일)

먼저 창비와 문학동네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이후 문체부가 실제로 두 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 정황이 나타났다. 정부가 선정하는 우수도서 사업인 '세종도서'에서 두 출판사의 책이 선정된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좌파 문예지' 운운하며 거론한 '우수 문예지 발간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 규모 자체가 축소된 끝에 2016년에는 아예 폐지됐다.

특검에 소환된 문체부 관계자는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고는 해도 대표적 문예지인 창비와 문학동네를 지원 대상에서 빼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문예지 지원 사업 전체를 손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또 문체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한 결과를 김상률 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창비와 문학동네가 지목된 이유는 뭘까?

동아일보는 "출판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출판사들을 문제 삼은 이유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책을 출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두 출판사가 낸 세월호 관련 책은 다음과 같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창비, 2015년 1월)

'눈먼자들의 국가'(문학동네, 2014년 10월)

박근혜는 '우수도서' 선정에도 개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 사업과 관련해 “ ‘문제서적’은 단 1권도 선정해선 안된다”고 문체부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수도서 선정 사업은 매년 교양·문학·학술 등의 분야에서 ‘좋은 책’을 뽑아 발표하고 공공도서관과 초·중·고교, 지역아동센터 등에 배포하는 것으로 문체부가 1968년부터 해온 사업이다. (경향신문 1월10일)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특정 성향의 작가나 출판사를 세종도서(우수도서) 선정사업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특검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전·현직 문체부 직원들의 진술과 압수수색 자료를 토대로 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시는 김상률 수석을 거쳐 김종덕 장관에게 전달됐다. 문체부는 2015년 1월 말 실제로 우수도서 선정 기준과 방식을 바꾸기에 이른다.

당시 문체부는 변경된 심사기준을 공고하며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작품"이라는 규정을 추가해 논란을 불렀다. 문학계와 출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박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문제서적'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 무렵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과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70) 재직 당시 문체부에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진보 성향의 작가가 쓴 책들을 정부가 우수도서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향신문 1월10일)

김기춘은 '빨갱이 말살정책'이라고 불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일련의 작업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10일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문체부 고위 관계자의 진술을 특검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김 전 장관에게 '좌파 지원 차단' 관련 진행사항을 보고하라고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김 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블랙리스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빨갱이’라 지칭하고 지원금을 끊는 작업을 ‘말살정책’이라고 불렀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 전 실장이 정부 비판적인 영화가 상영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반정부적인 정서에 감염될 수 있으니 자금줄을 끊어 말려 죽여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진술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일보 1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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