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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에 관한 3가지 이야기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소설가다. 1994년에 1967년 작품인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 연설에서 '애매한 일본과 일본인'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이중적인 현실과 전후 청산 문제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출처: 책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출판) 상당히 현실 참여적이고 비판적인 작가다. 이런 오에 겐자부로는 어떤 책들의 영향을 받았을까? 그가 밝힌 50년 독서와 인생에 대한 책이 있다. 그 책을 통해 오에 겐자부로를 만나보도록 하자.

1. 지옥으로 가겠다고 다짐한 이유

“”제가 어떤 식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가 이 장의 주제입니다만, 돌이켜보면 저는 처음부터 완전히 저를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책과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쓰여 있는 대로 살아가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갈래라면 나도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길을 가자. 그렇게 결심했지요. 제가 처음 그런 책을 읽게 된 것은 아홉 살 때입니다. …. 아홉 살에서 열세 살까지 오년 간은, 완전히 그 첫 책의 영향 아래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소설이었는데, 나카무라 다메지가 번역한 이와나미문고의 책이었습니다. …. 짐이라는 흑인 청년과 헉이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려갈 즈음부터, 저는 헉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습니다. …. 미시시피 강을 따라 함께 여행하며, 헉은 종종 도움을 받은 짐에게 우정을 느낍니다.” (책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저)

이때 허클베리 핀은 갈등을 하게 된다. 흑인 짐은 노예였고, 엄연히 누군가의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짐을 데리고 미시시피 강을 따라 노예해방을 이룬 마을에 도착하면 짐은 자유의 몸이 되지만 짐의 주인들은 재산을 잃게 되는 것이다. 헉은 교회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배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헉은 고향 마을에서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짐의 주인에게 편지를 쓰려고 한다. 아무래도 재산을 주인에게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그 편지를 찢으며 다짐을 한다.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All tight, then, I’ll go to hell.)” 그리고 이 문구를 오에 겐자부로는 인생의 방침으로 삼는다. 삶의 방향이 헛갈릴 때 항상 이 마음을 떠올렸다.

2. 소년에서 노인까지 평생 간직한 책

“고교 시절 저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이라는 책 속에서 발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함께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시는 포의 번역시였어요. 그때가 열여섯, 지금 일흔이 넘었으니, 50년 넘게 이 책 두 권을 최대한 더러워지지 않도록 커버를 씌워가며 소중히 읽었습니다. ….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장 처음 책들을 발견했다면, 그것들을 하나로 이어 기틀이 되는 평면을 만듭니다. 그 뒤에는 이 책들이 불러들이는 다른 책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죠.”(책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저)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궁금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책 속에는 그 이후의 실마리가 담겨 있다. 책이 책을 불러들이고, 책이 그 이후 사람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그 사람은 스승일 수도 있고, 친구나 동료, 선후배일 수도 있다.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책 혹은 저자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흡사한 인물일 때도 있다. 책을 통해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평생을 함께 할 책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3. 외국어를 통해 기를 수 있는 언어감각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는 프랑스어를 읽거나 영어를 읽으면서 갖춰졌습니다. 외국어 텍스트를 읽으면서, 그것도 주로 사전에 의지해 읽어가면서(공부하는 제게 간식을 주러 온 여동생이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지금 얇은 책을 읽는 거야, 아니면 두꺼운 책 …. 그러니까 사전을 읽는 거야?”하고요) 제 마음속 혹은 머릿속에, 그러니까 제 언어의 세계에 다양한 형태의 영어나 프랑스어 원서가 메아리쳤습니다. 그것을 일본어로 옮겨놓고자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말 새로운 언어와 만나게 됩니다. 혹은 새로운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죠.” (책 ‘읽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저)

오에 겐자부로는 특이하게 외국어를 통해 자신만의 문체를 완성했다. 즉, 영어나 프랑스어를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글들을 창조해냈다. 저자는 스스로 “언어의 왕복, 감수성의 왕복, 지적인 것의 왕복”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번역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올라서서 자신의 글을 만들어냈다. 외국어로 된 소설이나 글을 읽으며 문체가 특이하거나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렇게 일본어로 된 글을 써본 것이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언어감각을 기른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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