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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측이 탄핵심판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 사례를 거론하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7.01.09 06:55
  • 수정 2017.01.09 06:56
ⓒ연합뉴스/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노무현·이명박 정부 당시 설립된 공익재단에 대한 사실조회를 헌법재판소에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권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슷한 형태의 기업 모금 행위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펴기 위한 '물타기 작전'으로 보인다.

9일 헌재에 따르면 이중환 변호사가 이끄는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6일 삼성꿈장학재단과 서민금융진흥원을 상대로 한 사실조회를 헌재에 요청했다.

2006년 설립된 삼성꿈장학재단은 각종 장학사업과 교육지원사업을 하는 공익재단이다. 원래 이름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었다가 2010년부터 현재 명칭을 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7년 3월 설립된 '소액서민금융재단'의 후신(後身)이다. 당시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연받은 휴면 예금과 보험금 약 3천억원이 재단의 기초자산이 됐다. 2009년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지난해 9월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에 병합됐다.

박 대통령 측이 노무현·이명박 정권 시절에 설립한 두 재단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기업의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들어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기금 모금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달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11월 중순에도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3일 오후 이중환 변호사(왼쪽)를 비롯한 피청구인측 법률대리인단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변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헌재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미 여러 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기 때문.

박 대통령 측이 거론한 두 재단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 때 설립된 삼성꿈장학재단은 당시 'X파일 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800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청와대가 직접 구체적인 액수를 지정해가며 기업들에게 기금 출연을 지시한 미르·K스포츠재단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삼성꿈장학재단의 경우, 운영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설립한 서민금융진흥원(미소금융재단)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들이 낸 돈을 모아 특정 재단을 설립한 게 아니라 개별 기업들이 각자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순실씨 같은 제3자가 마음대로 재단을 주무를 수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은 개별기업이나 은행이 재단과 그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이 2018년까지 총 1조원(2016년 현재 약 5,400억원 출연)의 자금을 출연하되 삼성미소금융재단, SK미소금융재단 등과 같이 기업이 직접 재단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중앙재단은 자원봉사자 지원 등 보조 역할에 그쳤다. (한국일보 11월21일)

그밖에도 재단 설립의 절차와 법적 근거, 재단 운영 방식 및 운영 주체 등에 있어 미르·K스포츠재단은 오히려 과거 전두환씨가 대통령 재직 시절 설립한 일해재단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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