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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쇼의 비윤리성'을 세계에 폭로한 범고래가 죽었다(영상)

인명 사고 3건과 연루된 ‘살인고래' ‘틸리쿰'이 숨졌다. 세계 최대의 수족관업체 ‘시월드'는 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시월드 올란도에서 범고래 ‘틸리쿰'이 숨졌다고 밝혔다. 틸리쿰은 돌고래쇼의 비윤리성을 세계에 알린 돌고래였다. 그는 죽음으로 자유를 찾았다.

2011년 틸리쿰의 모습

시월드는 6일 자사 홈페이지에 “최종 사인인 부검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틸리쿰은 박테리아성 폐렴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며 “이날 조련사와 수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 세상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틸리쿰은 무기력증에 빠지는 등 건강에 문제를 보이면서 곧 숨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시월드는 틸리쿰의 건강 상태를 여러 차례 발표했고, 이날 다섯 번째 인터넷 공지문을 통해 사망 사실을 밝혔다. 숨질 때 나이는 36살이었다.

1983년 틸리쿰은 아이슬란드 동부 해안에서 포획됐다. 잡혔을 때는 어미와 함께 한참 돌아다니는 나이인 3살 수컷이었다. 캐나다 ‘시랜드'로 이송되어 감금 생활을 시작한 틸리쿰은 1992년 세계 최대의 돌고래 전시공연 업체인 미국 ‘시월드’로 팔렸고, 여기서 틈틈히 공연에 나가면서 인공수정의 정자공급용 범고래로 살았다.

그러나 2010년 시월드 올란도의 조련사 돈 브랜쇼를 공격해 숨지게 하면서, 틸리쿰은 돌고래 전시공연이 가진 비윤리성을 폭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미 1991년과 1999년 두 건의 인명 사고와 연루되어 있었는데, 비좁은 콘크리트 풀장과 열악한 환경 속 동료 범고래들로부터 공격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었던 셈이다. 2013년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피쉬>가 선댄스영화제에 공개되면서 틸리쿰 사고는 재조명 됐고, 돌고래 전시공연 산업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결국 시월드는 올해 초 범고래 번식 중단 및 점진적 전시공연 폐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틸리쿰의 사고 이후 미국 볼티모어의 국립수족관이 돌고래를 천연 바다의 시설로 옮기기로 하는 등, 돌고래 전시공연은 쇠퇴하고 있다. (관련기사: 시월드 범고래는 왜 조련사를 죽였을까?, 미안해 틸리쿰, 네가 돌고래를 해방시켰구나)

전세계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는 즉각 틸리쿰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냈다. 틸리쿰 사건을 다룬 논픽션 <시월드의 죽음>을 쓴 데이비드 커비는 페이스북에 “틸리쿰은 길고 어려운 싸움을 했다. 그리고 결국 자유를 얻었다”고 애도했다. 고래보호단체인 ‘시셰퍼드’의 폴 왓슨은 “시월드는 모든 범고래를 바다의 가두리로 보내 야생적응 훈련을 시킨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도 이날 애도 성명을 내어 “한국에서는 제돌이를 비롯해 돌고래 5마리가 바다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수족관 8곳에 40여마리의 틸리쿰들이 갇혀 있다”며 “틸리쿰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고래류를 비롯한 동물 전시·공연·체험의 문제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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