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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은 '우병우 라인'을 칠 수 있을까?

ⓒ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달 21일 현판식과 함께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0여일 만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구속한 데 이어,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로 유명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도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문 전 장관은 검찰에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특검에선 수사팀의 집요한 추궁에 일부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류 교수도 조교들에게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성적을 허위 작성하도록 한 혐의(업무방해 등)를 부인했지만 특검팀의 촘촘한 수사망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한 ‘칼’도 부지런히 벼리고 있다.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성공한 재벌 수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2006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 비자금 수사를 함께 한 인연이 있다. 당시 재계와 정치권은 ‘검찰발 경제위기론’을 퍼뜨리며 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자 박영수 특검은 자신이 이끌던 대검 중앙수사부 소속 검사들에게 지시해 재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정치권 로비를 위한 재벌의 비자금 조성 악습이 오히려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기업의 악습을 근절해 ‘투명경영’을 정착시킨다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검찰은 2002년 에스케이(SK)글로벌 분식회계 수사 때 최태원 회장을 형사처벌한 이후 에스케이의 주가가 오히려 고공행진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정 회장 구속수사에 부담을 느꼈던 검찰 수뇌부도 수사팀의 탄탄한 논리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차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런 경험을 살려 ‘최순실 지원’에 앞장선 삼성 등 재벌들에 대한 수사도 정면돌파할 기세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경제 상황은 10년 전보다 더 안 좋지만, 1000만 ‘촛불 민심’은 재벌의 구태를 청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이상하게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삼성 등 재벌을 향한 수사와는 확연하게 다른 양태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박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노골화된 ‘검찰의 정치 종속화’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인사 때마다 무리수를 둬가며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섰고, 그들을 중심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처리했다.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의 분탕질로 검찰의 신뢰도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박영수 특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로 거론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우병우 수사에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그가 우 전 수석과 남다른 친분 관계에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박 특검은 검찰 재직 당시 ‘강력통’으로 분류되는 후배 검사 가운데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최 차장은 우 전 수석과 각별한 사이로, 우 전 수석의 추천으로 국정원 2차장에 발탁됐다.

윤석열 팀장도 우 전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과거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할 때 우 전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직속상관으로 있었다. 나이는 윤 팀장이 더 많지만 우 전 수석의 수사 능력을 높이 산 윤 팀장이 상관으로서 ‘깍듯이 모셨다’는 말도 나돈다. 이런 이유로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라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정치검찰’을 근절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과연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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