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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원 공무원이 내부 통신망에 올린 '特檢開愛食己'의 놀라운 의미

  • 김현유
  • 입력 2017.01.05 07:23
  • 수정 2017.01.05 07:29

'特檢開愛食己'!

얼핏 봤을 땐 거창한 뜻을 담은 문장처럼 보인다. 고풍스러운 거실 한가운데 걸려 있는 가훈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숨은 의미를 대충 알 수 있다. 뜻을 생각하지 말고 음만 읽어보시라.

사실 저 문장에는 아무 뜻도 들어있지 않다. 다만 '특검개애식기'라는 음이 드러날 뿐이다.

묘하게 욕 같다...

이 문장은 한 법원 공무원이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내용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글 첫머리에 저 문장이 적혀 있다. 특검개애식기! 어째서 이런 글이 올라오게 된 것일까?

연합뉴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글은 지난해 12월 29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병신년 마무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서울동부지법 법원보안관리대 소속 황모 주사보.

황 주사보가 이 글을 올린 것은 특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유라를 인터폴에 적색수배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검이 수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아무 죄가 없는" 정유라를 수배했다고 생각한 모양. 해당 게시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해당 게시물을 살펴보면 "어미 원숭이 자식 사랑은 창자가 끊길 정도의 사랑이라고 한다. 어디 그런 단장의 사랑이 원숭이에게만 있겠는가? 세상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도 마찬가지이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어 "이런 애절한 어미의 자식 사랑을 나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극악무도한 패악질 무리가 있다"라며 특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다. 딸 정유라를 사랑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최순실의 마음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최순실의 마음을 절절하게 이해하는 듯, 그는 "자식의 고통을 보는 어미는 만 배의 고통을 겪고 속은 시커멓게 타고 살은 갈갈이 찢어진다"고도 표현했다. 게시물에는 "정유라가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는데 강제 송환하려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황주사보는 7급 공무원으로, 지난 2014년에도 "제주 4·3 사건은 빨갱이들의 폭동"이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황 주사보는 최순실의 딸 사랑이 굉장히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사랑이 불러온 여파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 관련기사

- 정유라의 뉴욕타임스 1면 조작 의혹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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