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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초등학생 17명이 직접 교육청을 찾아가 교육감에게 민원을 넣었다

  • 강병진
  • 입력 2017.01.04 12:01
  • 수정 2017.01.06 12:21

며칠 전 전북도교육청에 초등학생 17명이 집단으로 찾아와 교육감 면담을 신청했다.

다음 달 졸업을 앞둔 전주 A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었다.

교육감이 자리에 없어 정옥희 대변인이 대신 만나서 이유를 들었다.

아이들은 "정들었던 담임 선생님이 곧 계약이 만료돼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한다. 졸업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교육감께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규직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복직하기로 하면서 이 아이들을 맡았던 기간제 교사가 계약 해지된다고 하자 급한 마음에 교육청을 찾은 것이다.

물어물어 무려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왔다고 한다.

이 기간제 교사는 담임교사가 몸이 아파 휴직하면서 작년 10월부터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3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 흠뻑 애정을 쏟았고 아이들도 그런 선생님을 무척 따랐다고 한다.

애초 올해 2월까지가 계약 기간이어서 아이들의 졸업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정규직인 담임교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복직을 앞당기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너무 좋다. 졸업식까지 우리와 같이하기로 했는데 왜 갑자기 그만둬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휴직했던 정규직 교사가 방학을 전후해 조기 복귀하며 기간제 교사가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밀려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정규직 교사들이 방학이 되면 수업이나 업무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을 노려 '꼼수'를 쓰는 것이다.

반면에 기간제 교사들은 통상적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더라도 30일 전에만 학교가 계약 만료를 통보하면 꼼짝없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뒤늦게 사정을 전해 들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나를 믿고 먼 길을 찾아와준 아이들이 고맙고 기쁘다. 아이들이 상처를 입으면 되겠느냐"며 "해결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교육청의 연락을 받은 학교 측은 담임이었던 정규직 교사에게 이런 사정을 전하며 복직을 두 달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결국 '아이들의 당돌했던 민원'은 아름다운 결실을 봤다.

김 교육감은 "옛날 같으면 초등학생들이 교육감을 만나러 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나 있었겠느냐"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거리가 없다'는 것인데, 우리 교육현장이 많이 민주화한 방증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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