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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료 아줌마'의 정체가 밝혀졌다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의 ‘기 치료’를 정기적으로 해왔다는 이가 확인됐다.

서울 강남에서 주로 활동하는 오아무개(76)씨는 “박 대통령 대구 국회의원 시절 최순실씨가 한번 왔다 간 뒤부터 지난 여름까지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청와대에서 치료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이영선 제2부속실 행정관이 2013년 4~5월께 보내온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 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불법 진료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데, 오씨의 증언은 이런 치료가 2016년까지 지속되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일 오전 오씨의 ‘기 치료소’에 해당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오씨는 박 대통령을 치료한 지 “10년 안팎이 되는 것 같다”며 “대구에 살았던 지인이 당시 박 대통령 의원실 사람과 잘 알았다. 의원실 쪽에서 먼저 누구를 치료하는지 제대로 밝히지도 않은 채 ‘대구로 와서 (치료를) 해줄 수 없겠느냐’고 전화로 물어왔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당시 세 차례 정도 거듭 연락을 받았으나 신원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이 수상해 응하지 않자, 최순실씨가 직접 이 오피스텔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최씨가 다녀가면서 (박 대통령 치료가) 결정됐다”고 설명하며, “최씨가 기 치료를 받아보고 좋아서 결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씨는 또 “올여름까지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치료했다”고 밝혔다. “방문주기가 한 달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오씨는 청와대에 출입하던 ‘보안손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부터는 “청와대에서 온 직원의 차를 타고 드나들었다”고 했다. 다만 이영선 행정관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이냐는 질문에는 “누군지 이름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기 치료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부인했다. 오씨는 “보통 (대통령 치료를) 밤 9시께 청와대에 들어가서 11시에 마쳤다”며 “단 한 번도 다른 시간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당일 저녁 시간엔 이미 심각한 상황임이 명확했는데 그때 청와대에 들어갈 리 있겠느냐는 뜻이다. 이는 검찰과 특검이 확보한 문자메시지의 전송 시각이 밤 9~10시께라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오씨는 22㎡(6~7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요를 하나 깔아두고 영업을 했다. 오피스텔 로비와 현관 앞엔 이곳에서 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간판 등이 전혀 없었다. 기자가 사전에 전화로 예약할 때에도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느냐” “누가 소개를 해줬느냐”며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다.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인 셈이다.

오씨는 “기자 등 여기저기 연락이 오는 곳이 많아 모르는 전화번호는 잘 받지 않고 있다”며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내가 누구를 만나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기 치료’ 행위에 대해서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씨가 하는 ‘기 치료’는 2시간 가량 걸리는 평범한 전신 지압 마사지와 비슷했다. 등 위에 따뜻하게 데워진 ‘단전 돌’이라는 것을 올려두고, 손가락 힘을 이용해 신체 곳곳을 눌렀다. “막힌 곳을 뚫어야 한다”며 약 15㎝ 정도 길이의 플라스틱 봉으로 몸을 꾹꾹 누르기도 했다.

방문 고객에 대한 가격은 10만원이었는데, 외부로 출장 치료를 나간다면 비용을 더 얹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기 치료 수십 년 경력”이라고 밝힌 오씨는 “대전이나 대구, 중국에서 손님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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