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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선택 '동일노동 동일임금'

우경화로 악명이 높은 아베정권도 헬리콥터로 돈을 마구 뿌려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기존의 노동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수년 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 격차 시정(정규직의 70∼80% 수준)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작년 12월 20일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격 공개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외톨이로 남는다. 그래도 되는 걸까?

  • 국민의제
  • 입력 2017.01.02 08:40
  • 수정 2018.01.03 14:12
ⓒBloomberg via Getty Images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아베의 선택

우경화로 악명이 높은 아베정권도 헬리콥터로 돈을 마구 뿌려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기존의 노동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하였다. 즉 수년 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 격차 시정(정규직의 70∼80% 수준)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작년 12월 20일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격 공개했다.

이 지침안은 기본급, 성과급, 각종 수당, 복리후생·교육 훈련·안전관리의 4가지 항목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처우 여부를 제시했다. 임금의 핵심이 되는 기본급에 대해서 지침안은 "비정규직의 경험·능력이 정규직과 동일하면 동일한 지급을, 다르다면 차이에 따른 지급을 해야 한다"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상여금에 대해서는 '실적'에 의해 지급할 경우, 기여도가 같은데 비정규직에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는 사례"로 꼽았다. 통근 수당이나 출장 경비, 경조 휴가 등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대우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기했다. 일본 정부는 지침안이 실효성을 갖게 하기 위해 내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결국 국제노동기구(ILO)가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

OECD국가 중 상위그룹은 대부분 이를 준수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국이 도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먼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19개주가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보다 훨씬 소득이 낮은 중국도 이 원칙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였다. 2016년 3월부터는 파견직 고용 인원이 총 고용인원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이 외톨이로 남는다. 그래도 되는 걸까?

타계한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는 2001년 한국보고서에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경쟁력을 갖춘 선도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조속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얼마나 왜곡되어 있을까?

먼저 대책을 서두르고 있는 일본을 살펴보자.

1990년대 초반 이후 일본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저렴한 임금의 비정규직 채용을 늘렸다. 그 결과 현재 일본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약 60%에 불과하다. 그래서 격차사회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 격차에 대한 판단기준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일본 구인정보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사 평가 제도가 있는 직장은 약 절반에 그쳤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직전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현행 50%에서 4년 후 20%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심각한 임금격차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소득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이고 소비한파의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 가계소득 중 임금의 비중이 84%나 된다.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2002년 정규직의 67.1%였지만 2015년도에는 정규직의 43%에 불과했다. 일본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직무·직급별 임금정보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도 2016년 8월 기준 32.8%(통계청)로 3명 중 1명(644만4000명)이다. 같은 작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봉급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실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왜 차이가 나야 하는지 객관적 기준도 없다. 막무가내로 정규직이 아니니까 감내하라는 것이다. 아니면 그만으로 그저 임금비용 줄여서 회사 수익 챙기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감행한 비정규직 중심 격차사회는 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현실은 낮은 생존율에도 불구하고 부나비처럼 자영업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결국 1300조 가계부채의 3분의 1을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다.

결론은 긴급한 노사정대타협

문제가 크다고 마냥 덮어 둘 수는 없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온 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때 제대로 못한 노사정대타협을 다시 진지하게 꺼내야 한다.

정부는 노동의 공정한 보호정책, 정규직노총은 연대임금정책으로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즉 정부는 노동에 대한 선입견적 공격을 멈추겠다고 약속하고 비정규직문제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정규직의 고용안정 대신 임금인상의 자제를 합의해야 한다.

복지국가의 모범 스웨덴은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시행해서 회사가 달라도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다. 볼보든 영세 공장이든 선반공의 임금은 같은 것으로 동일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한계기업들은 도산한다. 결국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고부가가치 경쟁을 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되는 것으로, 이것이 시장의 도태작용이다. 이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독일, 영국, 프랑스가 경제성장률 0%~1%를 기록할 때 스웨덴이 5%를 연속적으로 기록한 이유다.

이렇게 시장은 풍선과 같아서 한쪽이 왜곡되면 다른 쪽이 부풀어 평형을 이루며, 이것을 풍선효과라 한다. 그러나 한쪽이 지나치게 왜곡되면 풍선은 터져버린다. 시장의 왜곡으로 사회가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비정규직문제는 시장이 감내할 수 없을 지경이다. 시장이 터져버리기 전에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예측이 실현되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로 90년대 이후 노동자경영참가, 상가 및 주택임대차, 금융채무자권리보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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