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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필수 용어가 된 '큐레이션'의 역사는 놀랍다

정보가 넘친다.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헛갈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큐레이션(curation)’이 각광을 받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큐레이션은 원래 미술관에서 기획자들이 우수한 작품을 뽑아 전시하는 행위를 의미했는데,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 조합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서비스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큐레이션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 발전해 왔을까?

1. 큐레이션은 원래 ‘보살피다’라는 뜻이었다.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보살피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류라레(curare)에서 유래했다. ‘보살피다’, ‘돌보다’는 뜻 외에도 이 단어에는 정치적인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역사적으로 사회 기반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를 두고 큐레이터(curator)라 칭했다. …. ‘보살피다’는 의미는 박물관 및 미술관 큐레이터의 기원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16세기와 17세기 당시 아주 부유한 수집가들은 이른바 ‘호기심의 방(Cabinets of Curiosities)’ 또는 ‘분더카머(Wunderkammer)’라고 불리는 방을 만들어 과학기기에서부터 고대 유물 조각에 이르기까지 온갖 진귀한 것들을 한데 모아두곤 했다. 그리고 그 수집품이 훼손되거나 도난당하지 않도록 돌보는 것은 하나의 직업이 됐다.”(책 ‘큐레이션’, 마이클 바스카 저)

원래 큐레이션은 ‘보살피다’의 의미였다. 또한 정치적 의미, 종교적 의미로도 확장되어 사용되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고위 관료를 프로큐레이터(procurator)라고 불렀고 교회에서는 목사가 신도를 ‘영적으로 큐레이션한다’는 표현도 쓰였다. 모두 다 보살피는 개념 아래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큐레이터의 역할은 분명했다. 작품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역할이다. 큐레이션의 처음 시작은 보살피는 것이었다.

2. 큐레이션이 ‘개인적 선택’을 의미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던 무렵, 무엇이든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한, 이른바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정의한 이들은 바로 큐레이터였다. 미술 시장으로 큰 손들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것이나 개념미술 작품들이 대규모로 양산된 중심에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있었다. 이에 즈음해 큐레이터, 큐레이팅, 큐레이트, 큐레이션 등의 용어 사용도 확대됐고 그 의미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의 패션 및 텍스타일 부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오리올 쿨렌(Oriole Cullen)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개인적 선택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기도 하지요. 요컨대 오늘날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선택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큐레이션은 그 의미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처음에는 보살피고 보존한다는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 그런데 박물관이 점차 단기전시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물품을 선별 및 배치하고 전시하는 데 압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큐레이터는 단순히 전시품을 건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때로는 미술가로 때로는 기획자로서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주요 작품을 알아보는 역할까지 맡게 됐습니다.” (책 ‘큐레이션’, 마이클 바스카 저)

보살피고 보관하는 등의 수동적 역할에서 개념미술의 등장으로 큐레이터의 역할이 바뀐다. 적극적으로 미술 작품의 컨셉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된다. 자연스럽게 지위도 올라갔고 파워가 강력해졌다. 과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미술관 관장, 부유한 콜렉터 등 못지 않게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또한 미술관, 박물관 밖으로 큐레이션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3. 큐레이션이 인터넷 상 필요한 개념이 되었다.

“정치 및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던 큐레이션은 미술계에서 사용되던 것을 지나 인터넷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개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웹 콘텐츠의 과잉 현상에 대응했던 각종 기술은 이제 오프라인으로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은 사실 긴 호황 직후의 과잉 현상에도 상당한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큐레이션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상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이 단어는 사용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그 의미 역시 한층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 구글 트렌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단어를 검색했는지도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부터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큐레이션 콘텐츠, 디지털 큐레이션, 데이터 큐레이션, 큐레이션 정의, 소셜 큐레이션, 큐레이션 도구, 큐레이션 의미, 아트 큐레이션, 미술관 큐레이션, 미디어 큐레이션. …. 여기서 말하는 큐레이션은 하나의 개념이 아니다. ‘활동’이다. 사람들은 큐레이션에 필요한 도구를 알고 싶어 한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그저 앉아서 구경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이다.”(책 ‘큐레이션’, 마이클 바스카 저)

미술계에서 그 개념을 확장해오던 큐레이션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더욱 널리 사용된다.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것이 미술관, 박물관 큐레이션보다 더욱 많이 검색이 될 정도다. 물론 사람들이 큐레이션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여전히 큐레이션의 정의(의미)를 찾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의 정의는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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