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형표로 인해 국민연금 독립성이 흔들린다

ⓒ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31일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누구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조하던 '연금전문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이던 문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말 기초연금 파문으로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자 '기초연금 구원투수'로 낙점돼 공직에 입문했다.

복지부를 이끌던 문 전 장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장관 임명 1년 9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러나 그는 2015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복지부 장관 경질 4개월 만이었다.

그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나 복지부 주변에서는 주무장관이 자신의 관리감독 아래 있던 산하기관의 장으로 내려간 전례가 없는 점을 들어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문 전 장관이 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갈지 모른다는 소문이 떠돌자 복지부 공무원들은 "설마 그렇게 하겠느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현실화하자 어이없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문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에도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고갈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15년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연기금을 운용하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 5월에는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서 현재 9%인 연금보험료율을 12~13%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후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은 도적질"이라는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기금고갈을 막아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전체의 이익 대신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였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문 전 장관의 구속으로 국민연금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핵심이고 500조원이 넘는 연기금은 국내외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정부와 재벌 간의 거래에 국민연금이 관련돼 있고, 국민의 노후자금 운용을 특정인이 좌지우지했다는 점만으로도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위원장은 "과거에도 연기금 운용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린다는 심증과 정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연금운용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입자의 의견이 더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문형표 #정치 #구속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