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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동물원에서 코끼리와 곰은 전시하지 않는 이유

2600만 마리. 지난 12월 26일 국민일보가 40여일 사이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문에 땅에 파묻힌 닭, 오리의 숫자를 이렇게 보도했다. 이번 살처분에도 동물의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했다. 산채로 자루에 넣어져 땅에 묻히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와 반대되는 소식도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2월 12일 일본이 모피대국에서 모피 제로(0)국가가 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니가타 현에 위치한 마지막 밍크 농장인 오오츠카 밍크 농장이 폐쇄된 것이다. 우리는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좀 더 해야겠다. 동물 역시 감정을 가진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1.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

“투우가 ‘전통’이라는 주장과 ‘동물학대’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투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투우는 단지 동물학대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라의 전통이라는 보수당과 동물학대라는 진보당의 찬반논란이 거세다. …. 스페인 국민도 대부분 세금이 투우를 지원하는 데 쓰이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스페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퍼센트가 투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쓰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투우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9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투우 경기의 수요도 감소 중이다. 스페인 문화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열리는 투우 경기의 횟수는 3,650회에서 2,290회로 감소했다. …. 프랑스 법원은 투우가 문화유산 명단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스페인과 멕시코에서는 자체적으로 금지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이냐, 동물학대냐의 논란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주제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진정한 전통의 의미다. 수백 년, 수십 세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해서 모두 전통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투우와 비교할 수 있는 예로 영국에서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행해지던 ‘곰 괴롭히기(bear-baiting)’를 들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이 스포츠는 곰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은 다음 훈련된 개들이 공격해 물어뜯는 것을 군중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1835년 ‘동물학대금지법’이 영국의회를 통과하면서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저)

지금 가치가 없더라도 보존해야 할 전통이 있다. 우리 삶의 원형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 그 예다. 또한 우리의 감성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아무리 전통이라도 버려야 할 것들도 있다. 상식에 어긋나거나 악습에 가까우면 그래야 한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못 살게 굴면 안 된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다. 동물에 대한 괴롭힘은 악습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이유다.

2. 파리동물원은 코끼리와 곰의 전시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파리동물원은 재개장을 하면서 코끼리와 곰의 전시중단을 선언해 화제가 되었다. 파리동물원은 홈페이지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활동반경이 큰 동물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는 것이 동물의 복지를 해치기 때문임을 밝혔다. 물론 큰 고양이과 동물 등 여전히 대형동물을 전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물원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동물복지를 고려해 인기 종의 전시를 과감히 포기한 것은 고무적이다. 토마 그레뇬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관장은 2014년 4월 재개장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20세기의 동물원이 놀이공원처럼 동물을 전시하는 것이었다면 파리동물원이 지향하는 21세기형 동물원은 동물들이 서식지에서처럼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에서 ‘동물원법’은 2013년 동물원 역사 100년 만에 발의되었는데 ‘고작 동물일 뿐인데, 사람 편하자고 가둬 놓는 것이 대수냐’는 국회의 낡은 인식 때문에 3년을 국회에서 잠을 자다가 2016년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동물원 업계의 반발로 동물 쇼를 금지하고 동물복지위원회를 구성해 자문을 받도록 하는 등 동물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내용은 법률안에서 다 빠졌다.”(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저)

동물원은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다. 인간들에게는 그렇다. 그런데 동물원 안의 동물들이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습성과 맞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물에게는 고역일 듯싶다. 이제 동물원도 인간의 재미와 필요에 의한 설계가 아닌, 동물 고유의 모습과 습성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동물원 안 동물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3. 우리나라는 하프물범 기름과 고기 수입국 1위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잔인하게 도살된 하프물범으로 만든 제품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 캐나다에서 상업적 사냥으로 생산된 하프물범 제품의 거래를 금지했다. 2009년에는 유럽연합이 무역금지를 선언했고 하프물범 모피를 수입하던 러시아도 2011년 모피 수입을 금지했다. 2013년에는 대만, 2014년에는 아르메니아, 스위스까지 총 35개국이 잔인함의 산물인 하프물범 거래에 빗장을 걸었다. 시장이 줄어듦에 따라 사냥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 2015년 캐나다 정부는 40만 마리의 사냥을 허용했는데, 사냥된 하프물범은 3만 5,000마리에 그쳤다. 2006년에 35만 마리를 사냥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로 줄어든 수다. 여러 나라가 하프물범 모피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시장과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도 폭락했다. 하프물범 모피 가격은 2006년 1마리당 미화 100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2016년에는 27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도살된 하프물범은 다 어디로 갈까? …. 우리나라는 모피를 만들고 남은 기름과 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한국으로 수입된 물범기름은 건강보조제 오메가3의 원료로 쓰인다. …. 중국에서조차 소비하지 않는 하프물범고기는 1킬로그램에 50센트 정도의 헐값에 우리나라에 덤핑하듯 팔리고 있다. 수입된 고기는 강남 학원가의 건강원에서 ‘물범탕’ 재료로 쓰인다.”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저)

어미 젖도 떼지 못한 생후 3개월 이내의 하프물범이 전체 사냥 대상의 98퍼센트를 차지한다. 특히 불안정한 얼음 조작 위에서 움직이는 하프물범은 캐나다 수산국의 인도적 도살 규정대로 한 번에 가격해 죽이기가 쉽지 않다. 가격 당한 후 살아 있는 채로 숨을 헐떡이다가 그 상태로 껍질이 벗겨지는 비율은 42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은 하프물범들이 소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와 비뚤어진 교육열이 결국 전 세계가 지탄하는 잔인한 사냥을 유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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