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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정회사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내한 반박회견을 열었다

“미인도를 빛의 명도, 색채 대비 등에 대한 우리의 첨단 과학 기법을 모두 동원해 분석해봤어요. 천 화백의 진품이 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 검찰은 우리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왜곡해버렸습니다.”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의 장 페니코 소장은 “검찰 발표에 충격을 받아 일부러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검찰이 20여년간 진위 논란이 벌어져온 채색화 '미인도'를 한국화가인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진품으로 판정하자, 지난달 먼저 가짜란 분석 결과를 내놓았던 연구소 관계자들이 내한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페니코 소장은 “검찰이 '미인도'가 진품인지 객관적으로 증명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진품 9점과 대조하는 과학감정 분석을 벌여 세부검증한 결과를 충분히 전달했는데 의견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로 그림 1점당 1650개의 세부 단층을 찍은 촬영 영상과 이를 분석한 과학적 그래프, 데이터 등 60여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검찰이 완전히 왜곡했다”고 했다. “검찰이 적외선과 엑스(X)선 검사 등 외에는 과학 검증을 한 것이 별로 없고 국내 미술계의 주관적인 안목감정에 치중해 그릇된 판정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또 뤼미에르 쪽이 심도있는 단층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 발표는 허위로, 뤼미에르의 계산식을 검찰이 작품에 직접 대입해보았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도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인도'에 쓰인 안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페니코 소장은 “안료의 경우 진작이나 위작이나 같은 재료를 쓸 수 있어 큰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해 주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작품의 밑그림을 찾아내는 뤼미에르의 과학적 분석과 진위 감정은 다르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유럽 등에서 루브르, 반고흐 미술관 등과 함께 100점 이상의 명화들에 대한 감정 작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연구소 쪽이 명암 대조를 분석한 측정값을 위작 근거로 대고 있지만, 다른 진품에도 뤼미에르의 측정 공식을 대입하면 위품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는 점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석방식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진위 판정에 감정 기관이 불복해 정면으로 맞서고 회견까지 여는 것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검찰 쪽은 이날 뤼미에르 연구소의 반박회견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어 “검찰 결론이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인도' 수사 과정에서 현재 가능한 거의 모든 과학감정 기법을 동원했고, ‘소장 이력’까지 철저히 규명하여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특정 작가의 그림들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과 ‘위작’이라는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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