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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대통령은 어떻게 올해 권력을 잃었나

사상 최초로 당선된 여성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수백만의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왔다. 시위대는 최대 규모 국영 기업이 관련된 부패 추문을 규탄했다. 여당은 지지층을 잃었고 구조가 흔들렸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두 번째로 일어난 탄핵은 사회 상당수가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로 꼽던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 시나리오는 2016년의 브라질과 한국에 모두 적용된다. 지우마 호세프와 박근혜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박근혜는 2017년 초로 예상되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고, 그 동안은 인기없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다.

두 대통령의 정치적 전력은 크게 다르다. 지우마는 브라질 군사 독재 시절 게릴라 운동에 참가한 반면, 박근혜는 18년 동안 한국의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다.

박근혜는 한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했던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에 힘입어 당선되었다. 박근혜의 극적인 개인사도 한몫했다. 아버지 박정희는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에 의해, 어머니 육영수는 북한 지지자에 의해 살해 당했다.

브라질의 탄핵은 더 오래된 위기의 결과였다. 호세프의 첫 임기 때 경제 침체와 재정 불균형이 늘어났고, 2014년 대선 당시 긴장이 팽팽했고, 세차 작전 수사에서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바스에 관련된 부패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호세프는 점차 인기를 잃었고, 동맹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의회 다수의 지지를 잃게 되었다.

공채의 실제 규모를 숨기기 위한 불법 회계 조작으로 인해 호세프의 탄핵이 진행되었다. 부패 추문과 호세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대통령 반대 시위가 일었다.

박근혜의 탄핵은 오랜 친구인 최순실과의 관계 때문에 일어났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태블로이드들은 남한이 현대적이고 세계화된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하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차르 시절 러시아의 라스푸틴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은 기독교, 불교, 무속을 섞은 영세교의 교주였다. 육영수 사망 후 박근혜는 최씨 일가에 크게 의지했다. 박정희 사망 후 젊었던 박근혜에 대한 최씨 일가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박근혜가 정치 권력을 모아가며, 이 영향력은 청탁 및 의심스러운 관계의 네트워크로 이어졌다.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에서는 최순실이 기밀 공문서를 보았고 대통령의 연설, 의상, 참여 행사 등 여러 가지를 조종했음이 드러났다.

박근혜가 사이비 종교의 꼭두각시였다는 이미지가 곧 한국에 쫙 퍼졌다.

조사 결과 박근혜와 최순실은 재벌들과 미심쩍은 관계를 유지했음이 드러났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지휘한 부패의 그물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 LG, 현대, 롯데 등의 총수들이 의회에 출석했다. 최순실의 딸은 최씨 일가의 정치적 힘을 이용해 명문 대학교인 이화여대에 입학한 뒤 제대로 출석을 하지도, 시험을 보지도 않았다.

여론이 지지와 반대로 양극화되고, 논란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성차별적 발언들을 일삼았다. 젠더 이슈가 탄핵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페르난두 콜로르의 탄핵 때와 비교해 보면 시위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아직 가부장제가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에서도 시위에서는 젠더 이슈가 눈에 띄었다. 박근혜가 ‘현실과 단절된 공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박근혜가 미혼이라는 게 부도덕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박근혜에 대한 반대는 젠더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대통령은 탄핵에 대해 아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호세프는 탄핵이 쿠데타라고 했고, 아직 지지자들이 많다. 반면 박근혜는 대국민 사과를 했고, 자신에 대한 비난 중 일부를 인정했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호세프의 탄핵은 브라질의 정치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브라질이 다시 민주화된 이후 쌓아올린 정당 체제가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 테메르 대통령은 20년 동안 공공 지출을 동결하고 사회 보장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등의 정책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부패 추문, 관련 정치인들을 보호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시도, 침체 심화는 브라질 인들의 심각한 골칫거리다.

탄핵 이후 최초로 시행된 올해의 지자체 선거에서 노동자당은 대도시에서 의석을 잃어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군소 정당들은 일부 주도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브라질민주운동당은 대패했다. 다음 대선까지 아주 불안정한 시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징조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지만, 탄핵에 대한 상당한 반대 의견이 있는 브라질과 달리 한국은 전반적으로 만족한 분위기다.

한국의 보수당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추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힘을 얻어, 2017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군사 독재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관과 민의 불확실한 관계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허핑턴포스트BR의 Impeachment através do espelho: Dilma e Park contra as rua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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