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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는 사회주의자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예수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걸 기억하는 건 의미가 있다. 물론 산업 자본주의가 부상한 19세기보다 훨씬 예전에 태어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사상은 여러 자본주의 비판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중에는 저명한 사회주의자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있다. 지난주 교황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극단주의적 폭력이 '돈의 신' 때문이라고 했다. 무자비한 전세계 경제가 소외된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몬다고 주장했다.

  • Peter Dreier
  • 입력 2016.12.26 11:17
  • 수정 2017.12.27 14:12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예수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걸 기억하는 건 의미가 있다. 물론 산업 자본주의가 부상한 19세기보다 훨씬 예전에 태어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급진적인 사상은 여러 자본주의 비판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중에는 저명한 사회주의자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적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확대하고 노동을 착취하며 인간과 영혼에 미치는 폐해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지난 주에 교황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극단주의적 폭력이 '돈의 신' 때문이라고 했다. 무자비한 전세계 경제가 소외된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몬다고 주장했다.

2013년에는 무려 84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내서 제한받지 않는 자본주의가 '새로운 독재'라고 공격했으며, '돈의 우상 숭배'를 비판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존엄한 노동, 교육, 의료'를 보장하라고 정치인들에게 촉구했다.

"지금 우리는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게 '그러지 말지어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 경제는 사람을 죽인다. 나이 든 노숙인이 얼어죽는 것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데, 주가가 2포인트 떨어지는 건 뉴스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프란시스코 교황의 글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선 유세가 힘을 얻어가던 작년에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매체에 많이 등장했다. 샌더스가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11월에 미국인들은 확고한 자본주의자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미국인 다수(심지어 트럼프에게 투표한 사람들 상당수도)는 트럼프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자를 자청하는 미국인들은 별로 없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다. 부유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슈퍼 리치들이 탐욕을 부리고, 월 스트리트와 대기업들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부유한 미국 사회 내에 빈곤과 굶주림이 널리 퍼져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기독 사회주의는 길고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1800년대 중반에 자본주의가 부상할 때, 자본주의를 가장 격렬히 비난했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예수의 가르침에 기반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6장 24절에 나오는 예수의 말이다.

누가복음 12장 15절에서 예수는 "그들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하시고."라고 한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타인을 지배하는 정부 요인들, 로마를 대신해 고대 유대를 다스리던 성직자들과 로마 제국의 지배자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노동자의 교황'이라고 불리던 교황 레오 13세(1810~1903) 역시 이와 비슷한 사상을 이야기했다. 1891년에 그가 보낸 회칙 '레룸 노바룸'('노동의 조건에 대해')은 많은 노동자들이 처한 비인간적 조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정당한 임금, 휴식, 공정한 처우, 노조 결성, 필요할 경우 파업할 권리를 지지했다. 정부가 자원을 보다 평등하게 분배할 것을 요구했고, 특히 빈곤층이 '특별한 고려를 주장할 수 있게 하라'고 했다. 그는 사회주의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탐욕을 지지하고 부를 집중시키며 노동자들을 잘못 다루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공격은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부상하던 사회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미국 침례교 목사였던 프랜시스 벨러미(1855~1931)는 대표적 기독 사회주의자였다. 레오 교황처럼 그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지했으며, 부와 소득의 보다 평등한 분배가 예수의 가르침을 반영한다고 믿었다. 1891년에 벨러미는 자본주의의 사악함을 설교하고 예수를 사회주의자로 묘사하다 보스턴 종교계에서 해고 당했다. 하지만 그는 금박시대의 탐욕, 잘못된 물질주의, 지나친 개인주의에 대한 해독제로 1892년에 쓴 '충성의 맹세'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만인을 위한 자유와 정의'라는 급진적인 말에 그의 사상이 잘 담겨있다. (아이러닉하게도 벨러미는 원래 맹세에 '신 아래'라는 말을 넣지 않았다. 냉전이 기승을 부렸던 1953년에 의회가 추가한 것이다.)

노동 운동가 유진 뎁스, 사회사업관 설립자 제인 애덤스, 월터 라우센부시 목사, 헬렌 켈러 등 미국의 대표적 사회주의자들은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회적 복음'이라 알려지게 된다. 사회당 후보로 대선에 5번 출마했던,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던 노먼 토마스(1884~1968) 등 미국 사회주의 운동 지도자들 상당수는 개신교 성직자들이었다.

철학자 존 듀이, 사회학자 W. E. B. 두보이스,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시인 캐서린 리 베이츠('아름다운 미국'을 썼다), 소설가 겸 사회 비평가 업튼 싱클레어, 노동 지도자 A. 필립 랜돌프와 월터 루서, 페미니스트 샬럿 퍼킨스 길먼과 글로리아 스타이넘, 가족 계획 설립자 마거릿 샌더,, 가톨릭 노동자 운동 설립자 도로시 데이 등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활동가와 사상가들은 민주적 사회주의를 포용했다.

1900년대 초기에 사회주의자들은 여성 참정권, 어린이 노동법, 소비자 보호법, 진보적 소득세 운동을 주도했다. 1911년 밀워키의 사회주의자 국회의원 빅터 버거는 최초의 '노령 연금' 법안을 지지했다.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20년 뒤 대공황 중에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에 사회 보장 제도를 실시했다. 그때도 그것은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보수파를 비롯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사회 보장 제도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급진적이었던 것이 이제 상식이 되었다.

최저 임금, 노동자들의 조합 결성 권리와 실직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공 노동 프로그램 등 루즈벨트의 다른 뉴 딜 법안들 역시 처음에는 미국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한 것들이었다. 사회주의자들은 보편적 건강 보험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는데, 그 덕에 1960년대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같은 디딤돌이 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었다.

사회주의자들은 1909년 NAACP(미국 흑인 지위 향상 협회) 설립, 1965년 투표권법 등 시민 평등권 운동에도 앞장섰다.

킹은 미국에는 '경제적, 정치적 권력의 급진적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1964년 10월에 킹은 흑인과 백인 빈곤층을 위한 '거대한 마샬 플랜'을 요구했다. 그 해에 킹은 노벨 평화상을 받으러 오슬로에 다녀 온 뒤, 친구들에게 미국이 북유럽의 '민주적 사회주의'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부의 재분배가 더 잘 이루어져야 하며, 어쩌면 미국이 민주적 사회주의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까지 말했다.

냉전 중 많은 미국인들은 민주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헷갈렸다. 사실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은 소련과 중국, 그 위성국들의 전체주의 정부에 반대했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치와 직장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주길 꾀하기 때문이다.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적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보다 인도적으로 만드는 것을 표방한다.

그래서 샌더스는 미국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서 배워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이 국가들은 보다 평등하고, 노동자 가족들의 삶의 수준이 더 높고, 학교가 더 좋고, 대학이 무료고, 빈곤이 더 적고, 환경이 더 깨끗하고, 투표율이 더 높고, 노동 조합이 더 강하고, 보편적 건강 보험이 있고, 안전망이 훨씬 더 가하다.

반기업적으로 들리는가? 포브스는 덴마크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로 꼽았다. 미국은 18위였다.

유럽의 사회적 민주주의는 국영 사업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경찰, 소방서, 국립 공원, 시영 시설, 지하철, 주립 대학교는 국가가 운영하는 걸 선호한다.

현재의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은 사기업을 믿지만 기업들이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행들은 무분별한 약탈적 대출을 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기업은 공해를 너무 많이 일으켜 지구와 사람들의 건강을 위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자동차와 장난감 같은 소비재들을 안전하게 만들 책임을 져야 하며, 노동자들에게는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고 안전한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란 슈퍼 리치와 대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고,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받아서 육아, 대중 교통, 고등 교육과 같은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는 걸 의미한다. 투표를 막는 장벽을 줄이고, 기업이 직원, 소비자,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더 높은 최저임금, 유급 병가, 유급 휴가, 더 안전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악마 취급을 당하곤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미국인 대다수는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예를 들면 74%는 기업이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한다. 73%는 월 스트리트 규제 강화를 지지한다. 60%는 '우리의 경제 체제는 불공평하게 부유층에게 유리하다'고 믿는다. 85%는 정치에서 돈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도록 선거 운동 자금 체계를 개혁하길 원한다. 58%는 대형 은행 해체를 지지한다. 민주당원 80%와 전체의 절반은 단일건강보험을 지지한다. 미국인의 75%(공화당원의 53%)는 연방 최저임금을 12.50달러로 올리는 것을 지지한다. 63%는 15달러를 지지한다. 70% 이상이 노동자의 조합 결성 권리를 지지한다. 92%는 소득 격차가 훨씬 더 적은 사회를 원한다.

현상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을 표현해줄 후보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잔뜩 있다. 트럼프는 이런 불만을 이용해 인종차별, 편협, 외국인혐오에 기반한 유세를 펼쳤다. 하지만 공포보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이런 불만을 해결해 줄 후보는 기독 사회주의와 사회적 민주주의의 긴 전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Jesus Was A Sociali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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