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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결선투표제 개헌 없이 가능한가

현행 우리 헌법은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자, 즉 최고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있다. 개헌 없이 정치권의 타협으로 선거법 개정에 성공하여 결선투표제로 선거를 치르더라도, 결국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간의 타협이 유지되기 힘들어 분쟁으로 가거나 선거승패를 수용할 수 없는 유권자간 분쟁으로 위헌소송시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분쟁과 송사의 과정 속에서 야기될 엄청난 국정공백과 혼란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의 정당성과 그 실현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12.26 06:40
  • 수정 2017.12.27 14:12
ⓒgettyiamgesbank

국민의제 시국특집 23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2017년 새해에 정치권은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려야만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당의 후보검증과 공천 그리고 유권자의 선택이 잘못되면, 정부의 국정운영과 민주주의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정치권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없도록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선거에서 검증을 받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당과 후보자들은 촛불민심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도와 정략적인 '선거 룰'을 만들기 위한 논쟁에 분주하다. 대표적인 것이 '내각제 개헌'이 이은 '대통령 결선투표제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논쟁이다. 결선투표제란 선거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있으면 그 후보를 당선인으로 결정하고, 과반수를 얻은 당선인이 없을 때는 최다득표를 한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헌법에 제도화하고 있는 프랑스는 헌법 제7조 ①항에 "대통령은 유효투표의 절대 과반수 획득에 의하여 선출한다. 제1차 투표에서 절대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그로부터 14일후 제2차 투표를 실시한다. 제1차 투표에서 선순위로 득표한 후보가 사퇴한 경우에는 후순위로 득표한 후보를 포함하여 최다 득표한 2인의 후보자만 제2차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적인 방법에서 개헌사항인지, 아니면 선거법 개정사항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쟁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2일 한 토론회에서 "다음 대통령은 최소한 50%가 넘는 지지로 당선돼야 많은 국민의 동의하에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만큼 이번에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은 제가 가장 먼저 대선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바람직한 제도"라며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번 대선 때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개헌 사항이라고 다들 그렇게 해석했는데, 지금 대선 전의 개헌은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23일 오찬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는 개헌 사항이 아니다"라며 "결선투표가 개헌사항이라는 주장은 기득권 논리이다"고 반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23일 오전 상무회의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하며 "어제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와 관련해 '이번에는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현재 헌법 조문을 보면 결선투표제를 금지하고 있진 않다"라며 "금지하고 있지 않으면 허용해야 하는 게 법의 일반 원칙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헌법학계에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설이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개헌 없이도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은 개헌사항인지, 아니면 선거법 개정사항인지 중 어느 쪽의 판단이 적절한 것일까? 다양한 의견 표명과 논쟁 속에서 공론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선거법 개정은 위헌이라는 시각에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왜 결선투표제인가? 결선투표제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는가? 하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야권에서 결선투표제가 제기된 배경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당선인 득표수가 전체 유권자수 대비 노태우 32.6%, 김영삼 33.91%, 김대중 31.97%, 노무현 34.33%, 이명박 30.52%에 그쳤다는 점이다.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수로 대통령이 될 경우, 민주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 문제점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이다.

또한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07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시도에 비추어, 이후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예상되는 야권의 분열을 효과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이다. 두 가지 모두 '상대다수 대표제'의 문제점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결선투표제 보다 '상대다수 대표제'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호주식 선호투표제'에 대한 검토이다.

소수정당 후보들의 민의가 더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호주식 선호투표제'가 더 바람직하다

즉, 과반수가 안 되는 득표수로 대통령이 되는 게 문제이고, 과반수가 넘는 '절대다수 대표제'가 필요하다면, 선거를 두 번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추가비용, 그리고 기득권 야합효과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결선투표제보다 선거를 1회 하면서도 소수정당 후보들의 민의가 더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호주식 선호투표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기득권 야합효과는 '야권의 후보단일화'만이 아니라 '여권의 후보단일화'로도 작동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6대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었더라면, 2위, 3위를 한 이회창-이인제 후보의 단일화 효과로, 1위인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보수대연합이 강한 우리풍토에서 결코 야권에게만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둘째, 과연 개헌 없이 선거법 개정만으로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가능한가? 그리고 현행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당선자 결정방식인 '최고 득표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검토해서 위헌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 우리헌법 제67조 제2항은 "제 1항의 선거(대통령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 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3항은 "대통령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실증적으로,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등 대통령 모두는 헌법 제67조 제2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33. 3%)을 득표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이 되는 데는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 대통령은 33.3%를 득표하지 못했지만, 단독후보자가 아닌 경선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헌법이 프랑스와 같이 '절대다수 대표제'를 추구했다면 헌법상 선거권자 총수의 2분의 1이상을 명시적으로 규정했을 것이다.

이어서 그렇다면,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의 의미를 아는 것은 개헌사항인지, 즉 결선투표제 선거법개정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관건이다.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의 의미는 대통령 선거에서 예를 들어, A후보와 B후보가 끝자리 한 표까지 동일하게 득표한 경우이다. 따라서 "최고득표자"는 한 표라도 더 획득한 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만약 두 후보 중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있다면, (국회에서 선출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의미이다.

이상과 같이, 현행 우리 헌법은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자, 즉 최고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다수 대표제' 즉, 최고득표자로 결정하고, 최고득표자가 동수로 2인 이상 일 때, 그 결선투표는 국회선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우리 헌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프랑스식 결선투표제를 개헌도 없이 선거법 개정만으로 도입하는 것은 당연 위헌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프랑스식 결선투표제는 50퍼센트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득표 1위자와 2위자 간에 다시 재선거를 통해 당선자를 선출하자는 것인데, 우리 헌법은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1위 후보자를 당선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득표 1위 후보와 2위 후보 간 재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령, 개헌 없이 정치권의 타협으로 선거법 개정에 성공하여 결선투표제로 선거를 치르더라도, 결국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간의 타협이 유지되기 힘들어 분쟁으로 가거나 선거승패를 수용할 수 없는 유권자간 분쟁으로 위헌소송시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분쟁과 송사의 과정 속에서 야기될 엄청난 국정공백과 혼란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의 정당성과 그 실현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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