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 달러를 줬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등장했다.
시사저널 12월24일 보도에 따르면 응우옌 지 니엔(Nguyen Dy Nien) 베트남 외교장관이 방한한 2005년 5월3일,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반기문 장관 주최 환영 만찬이 열리기 직전 박 회장이 반 장관에게 거액을 줬다는 증언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 회장과 가까운 지인’은 시사저널과 여러 차례 만나 "박 회장이 나에게 직접 했던 말"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 쯤 박 회장이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반 장관 사무실에서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 반 장관에게 ‘거마비 등으로 잘 쓰시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시사저널, 12월24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이 같은 증언은 사정 당국 쪽에서도 나왔다는 게 시사저널의 주장이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2015년 6월 만났던 ‘사정 당국 핵심인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오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당히 험난할 것”이라며 ‘반 총장의 돈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인사는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며 “분명한 팩트”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22년이나 되며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700억을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를 해왔다. 한국경제 7월20일 보도에 따르면 1994년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비료공장을 비롯해 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추진하며 현지에서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명예 총영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다.
문제는 반 총장이 ‘박연차 돈’을 받은 게 한 번이 아닌 것으로 정황상 추정된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박회장과 가까운 지인’은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 된 다음에도 박 회장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지인이 전한 당시 정황은 이렇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초였을 거다. 뉴욕에 박 회장이 잘 아는 식당 사장이 있다. 박 회장이 그 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 총장이 식사하러 오면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 정도를 주라’고 했다. 실제로 반 총장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 (시사저널, 12월24일)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시사저널에 보낸 답변서에서 "돈을 건넨 적이 없다. 수많은 인원이 모이는 이런 만찬석상에 1시간 정도 일찍 갈 수도 없는 것이고 이런 자리에서 그런 현찰을 줬다는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