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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이 '커밍아웃' 뒤 출마한 사연

“익숙하게 하기죠.” 지난 14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내 커피숍에서 만난 한성진(23·사진)씨성소수자로서 학생 대표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 ‘커밍 아웃’을 한 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부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투표율 51%, 찬성률 82.9%로 당선됐다.

그는 애초 학생회에서 학부 동아리연합회장으로 일했다. 학생회장 당선자인 조영득(22)씨가 지난 8월 처음 러닝메이트 제안을 했을 때까지 그의 성적 지향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요. 내 세계관 안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기 때문에 쉽게 부정하는 것이죠. 이런 학내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선 ‘가까운 내 주변에도 성소수자가 있다’는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미 학생회 활동을 오랫동안 한 제가 스스로 성정체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장 큰 산이 남아 있었다. 가족이었다. 예비후보 등록 3주 전 고향집에 내려가 3장짜리 편지만 써두고 올라왔다. 도저히 부모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편지를 읽어본 어머니는 그의 결심을 만류했다.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공개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리셨죠. 부모님의 삶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저를 이해하려 많이 애쓰고 계세요. 아직 아버지와는 대화를 못 했어요.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그의 커밍아웃은 카이스트 학내 행사인 인권주간을 통해 이뤄졌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가 주최한 ‘대학에서 소수자로 살아남기’ 토크쇼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그는 그날 자정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실을 미리 알렸다. 친구들의 반응은 오히려 따뜻했다.

“커밍아웃하고 오히려 ‘그동안 혼자 힘들었겠다. 밥 한번 먹자’는 연락이 많이 왔어요. 저는 해방감을 느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성정체성을 인식한 이후 10년 동안 제 모습을 숨기고 살았어요. 연애 이야기도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써야 했죠. 덧입었던 두꺼운 옷을 딱 벗는 느낌…정말 가벼웠어요.“

그는 성소수자만의 대표가 아닌 전체 학생의 대표가 되겠다는 각오다. “다만 그동안 소외됐던 학내 소수자들의 목소리까지 적극적으로 들으려 노력할 거예요. 그것이 궁극적으로 전체 학생을 대변하는 대표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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