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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자기방어 호신술' 4가지

평소 '나는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주목. 근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하찮은 몸뚱이로 갑자기 '폭력'의 상황에 마주치면 어떡할까? 무조건 도망간다? 그런데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몸이 '얼음'으로 변신했다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게, 비명을 질러 도움을 구하는 게, 가해자를 밀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게, 정말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그렇다. 진짜 어렵다. 왜냐면 우리는 그런 상황을 '대비한' 연습을 일생 동안 거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학교나 학원에서 '자기방어'(Self-Defense) 훈련을 배워보신 분? 아마 없을 것이다. 관련 책이나 영상을 일상적으로 접한 분? 아마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신체적 나이가 20살이든, 30살이든, 50살이든, 60살이든 '자기방어'(Self-Defense)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대부분의 사람이 '유아기'에 놓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체적 능력을 타고난 소수를 제외하고)

사실 '자기방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다. 성폭행 위협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크지 않은 물리적 위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신체적 능력. 모두 '자기방어'다. 다만, 우리는 (특히 여성이라면 더더욱) '우리 안의 강인함'을 단련하도록 사회적으로 훈련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힘이 그렇게 약하기만 할까? 미리 준비한다면 무술 수련자는 못되더라도 내 한 몸 지킬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되지 않을까?

1990년 직접적인 폭력을 경험한 뒤 '자기방어' 수업을 받고, 결국 열정적인 '자기방어' 강사가 되기에 이른 '엘렌 스노틀랜드'는 최근 한국에도 발간된 '미녀, 야수에 맞서다'(Beauty Bites Beast, 사회평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여성으로서 나는 내 외모와 성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여성으로서 나는 신체적으로 약하고 열등해서 싸울 능력이 없다고, 맞서 싸우는 건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며 치명적인 일이라고 배웠다. 이러한 믿음은 정확히 말하자면 믿음이 아니었다. '믿음'은 의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의식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용기'에는 성별이 없다.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신체적 능력도 마찬가지다. 조직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용감하고 강인하게, 여자아이들은 수동적이고 약하게 훈련시키는 것은 모든 이에게 비극이다. 용기는 생존을 위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세상을 위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허핑턴포스트는 'Self-Defense' 코너를 마련하여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자기방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배울 필요는 있어 보이는데, 당장 하긴 좀 귀찮다' 싶더라도 괜찮다. 자기방어 훈련이 왜 필요한지 일단 취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허프포스트가 소개하는 간단한 동작 몇 개 만이라도 친구 혹은 파트너와 함께 집에서 따라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한번보다는 두 번, 두번 보다는 세 번, 세 번 보다는 아예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물론 더 좋다. 관련 책을 읽어보는 것도 매우(!!) 좋다. 일단 필요성을 인지한다면 이전처럼 '끔찍한 일이 나에게는 제발 벌어지지 않기를'과 같은 소망만을 가슴에 품은 채 수동적으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허프포스트가 첫 번째로 소개할 부분은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라는 이름의 '한국형 여성 호신술'이다. '밀기, 당기기, 비켜 돌기, 주저앉기' 등 간단한 4동작으로만 구성돼 '가능한 빨리'(As Soon As Possible) 익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꽤 유용하다.

아래는 4가지 동작과 'ASAP 호신술'을 개발한 김기태 강사 인터뷰. (김기태 강사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여기 링크로 들어가서 연락하면 된다. 이메일 문의는 ryuwoon7134@hanmail.net로 하면 된다.)

1. 밀기

요령

: 양발은 어깨 너비 정도로 벌린 상태에서 한쪽 발을 평소 보폭보다 좀 더 앞으로 내디디자. 뒤꿈치부터 어깨까지가 '일직선'이 되는 게 가장 좋다(위 사진 동작). 이때 머리는 앞무릎 보다 나가지 않아야 한다. 왜 이 동작이 중요하냐면, 앞발을 내딛는 순간에 내 체중을 전체적으로 앞부분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큰 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팔을 휘저으며 '팔의 힘으로' 공격을 할 때 우리는 '몸 전체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을 막아낼 수 있다. 양손까지 이용하면 아래와 같은 밀기 동작이 가능하다. (헷갈리는 사람들은 여기 링크로 들어가서 15분경부터 플레이하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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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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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 상대방이 손목을 붙잡았을 때 유용하다. 상대방의 어깨와 손, 내 어깨와 손을 최대한 일직선으로 만들어 주자.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지렛대 원리로 인해 상대방이 나에게 딸려오든지 아니면 중심을 잡기 위해 내 손을 놓게 된다.

그냥 손만 빼고 싶을 경우에는 상대방의 붙잡은 손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 사이의 틈을 이용하면 된다. 내 손목의 가는 부분을 그 틈으로 돌려 빼내면 쉽게 빠질 수 있다.

3. 비켜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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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 양팔과 양다리를 사용한다. 상대방이 손을 뻗어올 때 말 그대로 비켜 돌면서 상대방의 팔을 '걷어내는' 것이다. 가해자가 목을 조른 채 벽에 밀어 넣었을 때 이 동작을 이용해 빠져나올 수 있는데, 더 자세한 설명은 여기 링크에서 38분경부터 플레이하면 볼 수 있다.

4. 주저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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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 뒤에서 혹은 앞에서 '양팔로' 껴안음을 당했을 때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내 '팔'의 힘을 이용해 빠져나오는 건 힘들다. 이럴 때는 호흡을 최대한 들이 마시고, 뒤꿈치도 함께 들어 올려, 몸을 최대한 위로 올린다. 그러면 상대방의 팔이 틈을 벌리게 되고, 이때 순간적으로 호흡을 중단하면서 주저앉는다.

* 동작과 별개로 '소리 지르기'는 매우 중요하다. 평소 소리 지를 일이 많이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미리 연습을 좀 해두자. 위급 상황에서 소리를 더 크게 지를 수 있다.

* 4가지 동작 모두 여기 링크에 들어가 15분경부터 플레이하면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

김기태 강사

- 정말 자기방어훈련을 배운 사람이 더 안전할까?

당연히 그렇다. 그리고 배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전해졌다' 보다 '불안감이 없어졌다'고 많이 한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걷어지는 것이다.

- ASAP를 배운 수강생들의 실제 후기를 들려 달라.

성폭력에 너무 시달려서 아예 해가 진 다음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여자분이 계셨다. 늘 대중교통만 이용하시고. 그분이 수업을 좀 오래 들으셨는데, 어느 날 문자를 보내오셨다.

길을 가던 중 어떤 아저씨가 찝쩍대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게 느껴졌다고. '아 저 아저씨가 나한테 와서 몸을 부딪치고 가려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하도 그런 경험이 많아서 그냥 본능적인 직감이 드는 거다. '어떡하지' 그전 같았으면 그냥 자포자기 심정으로 당하고 넘어갔는데, 그 순간에는 그 아저씨의 눈을 쳐다보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켜 돌기' 동작으로 피했다고 하더라.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되게 겸연쩍어하면서 그냥 갔다고. 그래서 '너무 뿌듯했다'고.

또 다른 피해 생존자분도 외출을 전혀 못 하셨다. 문밖에 쓰레기봉투를 내놓는 것도 무서워서 후다닥 내놓고 들어오려다 넘어져서 다치시고.. 정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셨던 분이 계셨는데 4주 정도의 수업을 들은 후부터는 친구를 만나러 외출할 수 있게 됐다고 하셨다.

주로 이런 변화들이다. '실제로 어떤 일을 당했는데 이겨냈어!'가 아니라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 '소리 지르기'를 미리 연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소리 지르기'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여러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일단 내가 공포에 짓눌려 있는 상태에서는 호흡도 잘안되고 근육도 긴장돼 있다. 그런 상태에서 소리 지르기는 몸을 살려내는, 숨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상대방한테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실은 그런 상황이 되면 '무조건 도망가야지'라고만 생각했다.

사실은 안일한 생각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망갈 것인가?'라고 물어보면 아마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그 이상을 생각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더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 '자기방어' 수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8년부터 시작했지만, 그때는 배우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큰 호응이 없다가 '오원춘 사건'(2012년)이 일어나면서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조금씩 증가했다.

- 거의 10년이 됐는데, 그동안의 소회를 말해달라.

항상 부딪히는 것은 '편견'이다. '어차피 여자는 남자를 못 이긴다' '배워봐야 소용없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근본적인 여성혐오'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가해자가 가해를 못 하게 만들어야지 왜 피해자인 여성이 호신술을 배워야 하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가해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 '예방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위험한 상황에 닥치면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얼어버린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못하고, 뭐라고 반박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뭐라고 한마디라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게 바로 호신술이다.

- '굳이 배워야 할까?' '과연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결국은 '확률게임'이다. 적어도 이걸 배우기 전에는, 폭력 상황에 처했을 때 잘 대응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확률이 5%, 10%였다면 이것을 15%, 20%로 늘릴 수만 있어도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질 수 있다. 배울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배워서 손해날 것은 없다. (웃음)

* 한국에서 자기방어 훈련을 배울 수 있는 장소 6곳

(출처: '미녀, 야수에 맞서다' 부록에 소개된 프로그램 모음 요약)

1. 한국성폭력상담소

: 1991년에 개소한 여성 인권 단체로 2004년부터 다양한 내용의 자기방어 훈련 프로그램 진행

: 홈페이지는 www.sisters.or.kr

: 문의 전화는 02-338-2890 또는 ksvrc@sisters.or.kr 이메일 문의하면 된다.

2. 부산성폭력상담소

: 2015년부터 성폭력 타파를 위한 자기방어 훈련 '으랏차차' 진행

: 홈페이지는 www.wopower.or.kr

: 문의 전화는 051-558-8832/8833 또는 woman-world@hanmail.net 이메일 문의하면 된다.

3.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다짐

: 2012년 서울 은평구에서 창립한 의료협동조합

: 홈페이지는 cafe.daum.net/femihealth

: 문의 전화는 02-6014-9949 또는 salimhealthcoop@daum.net 이메일 문의하면 된다.

4. 스쿨오브무브먼트

: 2010년에 창립됐으며 매주 정기적으로 자기방어 수업 개최

: 홈페이지는 schoolofmovement.org

: 문의 전화는 02-322-3661 또는 schoolofmovement@gmail.com 이메일 문의하면 된다.

5. ASAP 한국형 여성 호신술

: Anti Sexual Assault Program(반성폭력 프로그램)의 약자이자 'As Soon As Possible = 가능한 빨리' 익혀서 활용할 수 있는 호신술

: 홈페이지는 페이스북 'ASAP 한국형 여성 호신술' 페이지로 연락하면 된다.

: 문의는 ryuwoon7134@hanmail.net 여기로 하면 된다.

6. 한국여성태권도문화원

: 2013년 창단

: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기방어 훈련으로 'Smart - 3s 호신술' 개발하여 보급하는 데 노력

: 홈페이지는 www.kwtf.org

: 문의는 02-517-0546 또는 kwtc2015@naver.com 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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