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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북극의 굶주린 기후 난민이다

미국 알래스카 북부에 있는 인구 260명의 작은 마을 카크토비크에는 가을이 되면 북극곰을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카크토비크 주변에 출현하는 북극곰 숫자는 마을 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80마리나 된다.

뉴욕 타임스는 카트토비크의 이누이트 주민들이 고래 사냥을 하고 남은 찌꺼기를 먹으러 몰려드는 이 북극곰들을 ‘기후 난민’이라고 20일(현지시각) 전했다.

북극곰은 수천년 동안 가을이 되면 북극해로 헤엄쳐 나가서 물범을 잡아먹고 살았다. 늘어난 유빙에 올라타 있다가, 포유류이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잠깐 나올 수밖에 없는 물범을 잡아먹었다. 지방이 많은 물범 고기는 북극곰의 귀중한 영양분이었다.

하지만 북극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극심한 곳이다. 지구의 다른 곳보다 온난화가 두 배 이상 빠르고, 얼음이 녹는 속도는 워낙 급속해서 과학자들도 놀랄 지경이다. 얼음은 점점 늦게 얼고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달 북극 해빙 면적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닷새 동안 북극 유빙은 이전보다 4만9209㎢ 줄었으며,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는 “거의 예견되지 못했던 정도”라고 했다.

유빙이 줄어들어 물범 사냥이 어려워지자 북극곰들은 이누이트들이 사냥하고 남긴 북극고래 뼈다귀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찌꺼기 고기와 지방을 먹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카크토비크에서는 여름에도 주변 보퍼트해 유빙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빙은 해안가에서 수백마일(1마일=약 1.61㎞)이나 떨어져 있고, 깊은 바다에 있다. 수영을 잘하는 북극곰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

10여년전만 해도 북극곰이 가을에 해안가로 오는 개체수는 적었고 육지에 올라와도 머무는 시간이 짧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알래스카 과학센터의 생태계 조사연구원인 토드 에트우드는 북극곰이 8월부터 11월까지 보퍼트지역 해안가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56일로 20여년 전 20일에 견줘 세배 가까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북극곰 개체 수만 놓고 보면 급격한 감소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북극곰은 북극 주변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그린란드, 러시아 등에 19개 주요 서식지가 있는데, 6개 지역은 개체수가 유지중이고 1개 지역은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이들은 북극곰이 잘 살고 있으며 유빙 감소가 북극곰 생존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자연보호연맹은 북극곰 개체가 2050년에는 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북극곰 생태를 연구하는 이들은 북극곰 개체수 감소가 직선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지만 북극곰이 서서히 멸종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 북극곰들이 이누이트 마을에서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구하고는 있지만 점점 작아지고 약해지고 있다고 학자들은 본다.

북극곰 생태를 32년 동안 관찰애온 앨버타대학의 앤드루 드로셰 교수는 “북극곰들이 예전처럼 빨리 자라지 못하고 크게 자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북극곰은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지만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북극곰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북극곰이 물범 대신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법을 익히거나 물 속에서 물범을 잡아먹는 방법을 알아내서 생존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런 변화는 수천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진화를 통해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한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의 생물학자 에릭 러게어는 “북극곰이 되기 위해서는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유빙이 필요하다”며 “그게 가장 기본이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극의 기후 난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북극곰의 생존 위협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신문은 “멸종위기 동물들은 밀렵 같은 지역적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많은데 북극곰은 지구적 온실 가스 배출이라는 위협에 시달린다”며 “북극곰이 고래 뼈다귀를 스스로 (식량으로) 선택한 게 아니다. 서식지가 줄고 있기 때문에 고래 뼈다귀 주변에 모여든 것이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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