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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2세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까닭

ⓒGajus

현대그룹 일가의 2세대이자 대형 제조업체의 사장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다른 여성과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며 이혼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혼인 관계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존 원칙인 '유책주의'를 근거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국내 한 제조사 사장을 맡은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마무리하는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1990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둔 A씨는 2013년 5월 "부부관계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파탄됐다"고 주장하며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거나 시댁을 비방하고 줄곧 이혼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B씨가 '아버님(시아버지)이 돈은 많은데 궁색하다', '동생(시동생)은 능력도 없는 게 당신보다 많이 받는다', '너무 궁상떨고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B씨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실제로 발언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혼인관계를 계속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항소심에서 "2012년 1월부터 B씨와 별거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고,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된 지 10년이 넘게 지났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공개하며 이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A씨는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처럼 생활하며 자녀까지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2심은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면서도 "파탄의 원인은 일방적으로 B씨와 별거하고 사실상 중혼관계를 유지한 A씨의 잘못"이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실제 혼인 유지가 어렵다면 양쪽 배우자 중 누가 소송을 내든 이혼을 허락하는 '파탄주의' 대신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이 깨지는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낸 이혼소송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세월이 흘러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해져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등 예외적인 때만 일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2심은 "A씨와 B씨의 혼인 기간과 가족관계에 비춰봤을 때 현재도 B씨의 심적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현대그룹 일가 2세이며 B씨도 한 대기업의 일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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