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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에 놓인 '파란 봉투 159개'의 특별한 정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내 순헌관 사거리에 파란색 종이봉투 159개가 하트 모양으로 놓였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들이 교내 경비·미화 노동자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학내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냈고,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해 일주일간 170만원을 모았다.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봉투 속엔 목도리와 장갑, 핫팩 등 월동용품과 떡, 다과가 담겼다.

학생들은 못다 한 이야기를 편지에 적었다. 학생들은 경비·미화 노동자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해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우리 숙명여자대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적었다. 이어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하네요. 저희의 마음이 어머님 아버님들의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에게서 깜짝 선물을 건네받은 노동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성은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이 미화·경비 노동자분들이라고 생각했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해준 덕분에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학생들과 교내 노동자들은 서로를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학생들은 경비·미화 노동자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경비·미화 노동자들이 학교 쪽에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선전전에 나섰을 때, 학생들은 곁을 지켰다. 올해 시급이 오르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미화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김치를 담갔다. 교수, 재학생, 외국인 유학생들까지 참여해 담근 250포기를 학교 주변 독거 어르신 등에게 전달하고 남은 70여 포기를 재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학생들은 ‘엄마의 손맛’이 담긴 김치에 감동하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3월, 숙명여대가 경비 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하려고 하자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반대 목소리를 냈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활동을 벌였다. 당시 숙명여대 학생 4500여명은 경비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고, 일부 학생은 학내에 대자보를 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글을 실은 학생도 있었다. 결국 숙명여대 쪽은 경비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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