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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이 마치 영화처럼 10여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 하던 순간

  • 허완
  • 입력 2016.12.21 09:17

“지금부터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현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현판 제막을 하겠습니다. 사회자 구령에 맞춰 줄을 당겨주기 바랍니다. 하나 둘 셋!”

2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18층.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 착수를 알리는 현판식을 열었다. 박 특검과 박충근·양재식 특검보, 수석파견검사인 윤석열 검사,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줄을 당기자 하얀천이 벗겨지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라고 적힌 현판이 드러났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박 특검과 4명의 특검보 등이 박수를 쳤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검사 등이 박수를 치며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특검 사무실에서 불과 4㎞ 떨어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특별검사팀 소속 파견검사와 검찰 수사관, 특별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곧장 18층 기금운용본부장실로 올라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지렛대가 됐다. 특검팀은 삼성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내고, 추가로 200억원이 넘는 돈을 최씨와 그의 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본 것이다.

같은 시간 특검수사팀은 정부세종청사 10동 보건복지부에도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나타났다. 국민연금정책과, 국민연금재정과 등 국민연금정책국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에 서울로 출장갔던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들이 서둘러 세종시로 복귀해야 했다.

이날 특검팀의 압수수색은 오전 9시를 기점으로 1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특검 현판식으로 언론의 이목을 끄는 사이, 박영수 특검과 4명의 특검보, 윤석열 검사 등을 제외한 100여명 수사팀 전원이 압수수색 현장에 투입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영화 <대부>의 한장면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영화는 대부가 참여한 성당 세례식 장면과 상대 마피아들에 대한 동시다발 응징 장면의 교차편집으로 유명하다.

이번 압수수색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검사의 수사 스타일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당시, 두 사람은 중수부장과 중수부 수석연구관이었다. 이들은 압수수색 당시 비자금 금고 위치와 비밀번호까지 정확히 알고 들어가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윤 검사는 현대차 하청업체 유니폼을 입고 압수수색 현장을 사전에 둘러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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