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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연세대학교의 농성 사진을 찍은 사람을 찾습니다

  • 박세회
  • 입력 2016.12.21 07:09
  • 수정 2016.12.21 14:33

이건 1996년 8월의 어느 날 누군가가 찍은 사진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씨는 당시, 입대 후 전경으로 차출되어 연세대학교 시위를 진압하는 측에 서 있었다.

A씨는 자신의 후임 전경이 현장에서 ‘학보사 기자’로 보이는 이들(여성 1명과 남성 1명으로 추정)로부터 해당 사진들을 압수해 상관에게 이임했으며, 이 상관이 이후 A씨에게 파기를 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마 12롤에 달하는 필름을 파기하지 못했고, 인화하지 않은 채 필름의 형태로 상자에 넣어 보관했다고 한다.

촬영자는 주로 코닥의 ‘TX 400’, ‘TMY 400’ 흑백 필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핑턴포스트는 제보자로부터 필름을 넘겨받아 그중 5롤에 136장의 현장 사진이 담겨 있는 걸 확인했으며, 20주년을 맞아 1996년 사건을 바라본 생생한 시선에 보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에 등장한 학생과 전·의경과 백골단의 복장, 대치 상황 등으로 추정해본 결과, 사진을 찍은 건 8월 13일부터 15일 사이로 보인다.

연세대학교의 학보사인 연세춘추 측에 몇 장의 사진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연세춘추는 동인회의 멤버를 중심으로 촬영자를 찾았으나 특정하지 못했다.

136장의 사진 중에는 시위대를 촬영한 것 외에도 촬영자의 동문으로 보이는 이들과 친교를 즐기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어 촬영자 개인에게도 소장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 촬영자와 연락이 닿아 실물과 함께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연락처 : sehoi.park@huffingtonpost.kr)

1996년 연세대학교 농성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가 주축이 된 '제6차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주최 측은 1996년 광복절을 맞아 북한에 한국 측 학생 대표를 보내 북측의 학생과 대표단을 이끌고 남측 대표단과 만날 계획이며, 남측 학생들이 모이는 축전을 연세대학교 학내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한총련 측은 실제로 며칠 전인 8월 10일 연세대학생 도종화, 조선대학교 류세홍 씨가 입북했으며, 이들이 북한의 대표단을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8월 13일경부터 연세대학교 주변을 봉쇄하기 시작해 학생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나오는 이들은 검문했으며, 14일에는 연대 안에 모인 3천여 명의 학생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6천여 명의 병력과 11대의 헬기를 동원해 최루액을 뿌리며 무력진압을 시도했다.

이 일로 시작된 일련의 폭력 사태는 농성의 형태로 이어졌으나, 15일 헬기와 불도저를 앞세운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한총련 측은 16일에 있을 거리집회를 취소하고 안전귀가를 요구하며 백기를 든다.

그러나 같은 날 당시 여권이던 신한국당과 김우석 내무장관은 "한총련 주도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수배자 전원을 조기에 모두 검거해 지도부를 와해하고 이적 행위자와 불법 폭력 시위자는 전원 검거해 의법조처하겠다"며 강경한 노선을 천명한 후 해산 및 체포 작전을 벌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후 4박 5일간의 농성은 20일 새벽, 경찰이 헬기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작전으로 끝이 났다.

연세대학교의 과학관, 종합관 등 건물 곳곳에 불이 붙었고, 성한 유리창이 없을 정도로 학교는 폐허가 되었다. 학생 5,848명이 연행되었고, 462명 구속, 3,341명 불구속, 373명이 즉심에 회부되었다.

연세대학교에서 7일 동안 벌어진 폭력 사태는 1996년 3월 이후 노수석(연대), 권희정(성신여대), 진철원(경원대) 등이 연이어 사망한 데 대한 학생들의 분노와 정권 말기의 레임덕을 막고 권력의 누수 없이 대권을 이양하려는 김영삼 정부의 강수가 맞부딪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는 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AP)가 촬영한 1996년 연세대학교 농성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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