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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6.12.20 15:04
ⓒAP/연합뉴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세계 각지에서 감행한 테러 사건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알라 아크바르' 또는 '알라후 아크바르'의 실제 의미를 두고 관심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터키 앙카라의 한 전시회에서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를 총으로 쏴 살해한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도 범행 직후 아랍어로 '알라 아크바르'를 외치면서 그 배경이 시선을 끈다.

아랍어로 '알라 아크바르'는 신을 뜻하는 '알라'에 '위대하다' 또는 '크다'는 의미의 형용사 '카비르' 최상급 표현인 '아크바르'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로 이 외침은 '신은 가장 위대하다'로 주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을 토대로 국내외 언론 다수가 '신은 위대하다' 또는 '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침을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면 그 범행을 저지른 자들의 속뜻과 범행 동기를 알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한 이슬람학자는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자주 쓰는 '알라 아크바르' 표현은 상황과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무슬림들이 매일 기도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알라 아크바르'는 신이 모든 피조물보다 더 위대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가축을 도살할 때 무슬림들이 말하는 '알라후 아크바르'의 상황적 의미는 신이 인간에게 동물들을 통치할 능력을 준 만큼 인간이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무슬림들이 시위 도중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는 것은 신이 시위대와 함께한다는 의미로서 '우리 인간은 모두 연약하다. 정부가 우리를 짓밟는 것을 보라. 너희보다 더 강한 분이 신'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의미는 약간 다르다.

이들이 범행 장소에서 '알라 아크바르'를 외칠 때는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며 비무슬림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IS와 연계된 테러 사건의 경우 범인들이 이런 외침을 하는 이유는 "진리는 우리 편이다. 불신자와 다름없는 비무슬림들과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시행하지 않는 무슬림들에게는 진리가 없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터키 러시아대사 총격범이 '알라 아크바르'를 외친 경우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무슬림 국가인 터키와 그 인접국 시리아의 현 상황을 볼 때 그 범인은 비이슬람교도 국가인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따른 수많은 무슬림 시리아인들의 비극적 모습에 '진리'를 명분 삼아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그 범인은 사살되기 직전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시리아 현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시리아를 잊지 말자" "알레포를 잊지 말자"고 큰 소리로 말하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찍혔다.

이 학자는 "사건 현장에서 '알라 아크바르'를 '신은 위대하다'라고만 받아들이면 피상적 이해에 그칠 수 있다"며 "아랍어는 수사법이 매우 발달했다. 상황을 더 잘 이해하려면 사전적 의미를 넘어 문장 뒤에 숨어 있는 뜻을 찾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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