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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은 원래 아시아에서 만든 '생선소스'였다

음식은 우리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댄 주래프스키는 그 음식을 언어와 접목시켜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가르친다. 모든 분야의 이야기가 음식에는 담겨있고, 음식은 역사와 문화, 사회와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식의 언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 음식의 언어 이야기를 만나보도록 하자.

1. 피시앤드칩스: 수많은 문화가 교류하며 탄생하다.

“19세기 중반경 동물성기름에 튀긴 감자가 런던에 등장했는데, 아마 영국 북부지역이나 아일랜드에서 들어왔을 것 같다. 현대의 피시앤드칩스는 아무리 늦어도 1860년경에는, 아시케나지(Ashkenazi) 유대인들이 런던으로 들어와서 세파르디 유대인의 음식이나 관습과 한데 섞일 무렵에 런던에 등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피시앤드칩스 가게는 아시케나지 유대인 상인인 조지프 말린(Joseph Malin)이 열었는데, 새로운 감자튀김과 유대식 생선튀김을 합쳐서 모든 음식을 차지 않고 따뜻하게 냈다. ….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외국에서 들어온 경우가 용광로 같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요리들이 속한 가족(페루, 칠레, 에콰도르의 세비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 일본의 덴푸라, 에스파냐의 에스카베체, 프랑스의 아스피크)은 바빌론의 고대 이슈타르 숭배에서 먼저 예고되었고,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에 의해 발명되었으며, 아랍 무슬림들의 손에서 완성되었고, 기독교도의 응용을 거쳐 페루의 모체족 요리와 융합되어, 아시아에는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영국에는 유대인들에 의해 전달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모든 시크바즈의 후손들을 샌프란시스코와 전 세계의 다른 온갖 번잡한 도시에 가득 찬, 가끔은 한 구역 안에도 여러 군데씩 있는 각국 식당들에서 찾을 수 있다.”(책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저)

영국 요리 중 피시앤드칩스가 있다. 영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먹어보는 음식인데, 그 평가들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 맛이나 향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음식의 고향이 영국만은 아니다. 수많은 나라들을 거쳐 완성된 음식이다. 남미, 유럽, 아시아 등 거의 전세계가 피시앤드칩스의 고향이다. 누구나 이민자가 될 수 있듯이, 음식도 마찬가지다. 문화가 교류하고 융합되면서 수많은 음식들이 탄생한다.

2. 케첩: 아시아에서 유래되고 미국에서 대중화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콩 가공품보다 발효된 생선 가공품이 가장 대중적인 양념으로 쓰였고, 베트남, 크메르, 타이인들도 복잡한 발효과정을 거치는 해산물 가공품을 여러 종류 개발했다. 베트남의 느억맘, 타이의 남플라(nam pla)라는 생선 소스처럼 진한 적갈색을 띤 냄새 강한 액체가 그런 것이다. 생선 소스는 유럽과 중동에도 있는데, 아마 아시아식 소스와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개발되었을 것이다. …. 가장 인기 높은 생선 소스는 타이 만 안쪽의 캄보디아 연안에 떠 있는 베트남 영토 푸꾸옥 섬에서 만드는 것이다. …. 어쩌면 16세기의 푸젠성 상인과 선원들이 본 것도 바로 이 공장들이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그들도 이 생선 소스를 무척 좋아하여, 그것을 케첩(ke-tchup)이라 불렀다. 그것은 푸젠성 남부와 타이완 방언으로 ‘저장된 생선 소스’라는 뜻이다. …. 사람들이 케첩에 토마토를 처음으로 넣기 시작한 것은 19세기가 되어서였는데, 아마 영국에서였을 것이다. 이 초기 조리법은 1817년의 것으로, 이때까지는 여전히 앤초비가 들어가서 그 원조가 생선 소스임을 말해준다. …. 1850년대 중반이 되면 입맛이 변해서 앤초비가 조리법에서 삐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케첩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부응하여, 영국식보다는 좀 더 달콤하고 더 걸쭉한 소스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따라 조리법이 응용되었다. 1910년경에는 하인즈 같은 제조회사들이 설탕과 식초를 더 많이 넣으면 케첩의 저장성이 더 나아진다는 것을 알아내어, 달콤새콤한 맛이라는 현대적인 공식이 만들어진다.” (책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저)

음식이 한 군데서만 발달한 예는 드물다.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면서 다양한 문화와 결합되면서 완벽한 레시피가 완성되는 경우가 흔하다. 케첩도 그런 경우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던 생선 소스가 유럽으로 건너갔고, 영국에서 토마토가 추가되고, 다시 미국으로 가면서 식초와 설탕이 추가된다. 100여 년 전쯤 지금처럼 새콤달콤하여 아무 음식하고도 잘 어울리는 소스가 된 것이다.

3. 토스트: 빵도 되고 건배도 되다.

“토스트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는 대중적인 라틴어 토스타레(tostare, 불에 굽다)에서 나온 것으로, 화덕에 구운 빵이었다. …. 토스트를 아침식사로만 먹는 것은 순수하게 현대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17세기까지는 와인과 에일을 마실 때 흔히 토스트 한 쪽은 담가 먹곤 했다. 이 전통은 꽤 오래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Merry Wives of Windsor)’에서 볼 수 있듯이,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도 그랬다. …. 와인에 토스트로 맛을 더하는 이런 전통이 사라지기 시작할 무렵인 17세기에, 영국의 식사자리에서는 식탁에 앉은 사람 모두가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마시는 관행이 발달했다. …. 이런 건배는 흔히 어떤 숙녀의 건강을 위해 올려졌는데, 그 기원의 대상인 숙녀는 좌중의 토스트(toast)라 일컬어졌다. 당시의 사정을 알려주는 어떤 글을 보면, 양념된 토스트와 향초가 술에 맛을 더해주는 것처럼 그 숙녀가 모임의 맛을 더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고 설명되어 있다.” (책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저)

먹는 빵도 토스트고, 건배하는 것도 토스트다. 우연의 일치일 듯싶지만, 서로 연관이 있다. 예전에는 토스트를 아침이 아닌 때에 먹었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와인 등과 함께 먹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식사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참석한 숙녀의 건강을 기원하였고, 토스트(빵)가 술의 맛을 더해주는 것처럼 그녀가 모임을 빛내주기 때문에 토스트라고 부르면서, 건배를 토스트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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