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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 3가지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인 기준으로는 과학이라는 영역이 너무 어렵다. 과학적 배경 지식이 어지간히 있지 않고는 과학자들이 진행하는 실험이나 그 결과물을 판단할 수 없다. 특화된 분야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조차 그 실험과 결과물의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역사상 그런 허점을 이용한 사기들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조작의 유혹에 어떻게 넘어가게 된 것일까?

1. 30세때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사기극이 발각되다.

“한때 독일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천재 물리학자가 있었어요. 그 과학자는 8일에 한 편 꼴로 논문을 써내는 신기를 발휘했고, 그 중 17편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 잡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될 정도였지요. 평생 한 편이라도 실리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이 많은데 무려 17편의 논문이 실렸으니, 독일인이 자랑스러워할 만했지요. 이 천재 물리학자의 이름은 얀 헨드릭 쇤(Yan Hendrik Schoen). 그는 1970년에 태어나 1997년 독일 콘스탄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 그의 주된 연구 주제는 ‘얇은 유기 색소 분자층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제작’이었어요. 반도체를 만드는 주된 재료는 무기물인 실리콘이지만 쇤의 연구가 성공할 경우 탄소나 산소 같은 유기물로도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돼요. 그러면 실리콘으로는 불가능한 아주 작은 크기의 분자 하나로 만들어진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 지는 거예요. 제조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요. 30세 때 쇤은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답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등장은 곧 막이 내리고 말았어요. 그의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그는 촉망받는 과학자에서 사기꾼이 되고 만 거예요.” (책 ‘과학, 일시정지’, 가치는 꿈꾸는 과학교사모임 저)

촉망 받는 스타 과학자에서 사기꾼으로의 전락. 워낙 획기적인 연구였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얀 헨드릭 쇤의 실험을 따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재현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버클리 대학교의 리디아 손(Lydia Sohn) 교수가 온도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실시한 두 가지 실험의 그래프가 배경 잡음(노이즈)조차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다른 논문들에서도 같은 그래프가 사용되었음이 발견되었고, 논문 조작이 밝혀졌다. 숱한 부정을 저질렀음이 드러났고, 쇤은 사기꾼으로 추락했다. 쇤은 자신의 가설이 유효하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2. 유전 법칙으로 유명한 멘델도 이런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도승이었던 멘델은 완두콩을 이용해 유전학 연구를 했어요. 당시에는 서로 다른 부모의 형질은 마치 딸기주스와 우유를 섞으면 분홍색 음료수가 되는 것처럼 부모의 형질이 적당하게 섞여 자식 세대에 유전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을 융합 유전설이라고 해요. 그런데 멘델의 생각은 달랐어요. 우성과 열성 형질이 있어서 그 형실이 자손들에게 전해질뿐더러 일정한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던 거예요. 즉 부모의 형질은 잡종 1세대에서는 하나의 형질만 나타나고 잡종 2세대에 이르면 우성과 열성 형질이 약 3:1의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이었어요. …. 그러니까 유전자는 액체처럼 섞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유전형질이 생식세포가 나타나는 과정에서 혼합되지 않고 분리되어 나타난다고 멘델은 생각했어요. 이것이 멘델의 분리의 법칙이에요.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멘델의 연구를 면밀히 검토하던 학자들은 멘델의 3:1이라는 데이터가 지나치게 정확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어요. 명백한 조작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무의식적인 실수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책 ‘과학, 일시정지’, 가치는 꿈꾸는 과학교사모임 저)

잡종 2세대에서 우성과 열성 형질이 ‘약’ 3:1로 나타나야 하는데, 멘델의 연구에는 ‘정확히’ 3:1로 나타났다. 이미 멘델의 법칙은 인정을 받았고, 멘델을 오래 전에 죽고 없어졌다. 300개의 둥근 완두콩과 100개의 주름진 완두콩은 보기에 좋았으나 무언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딱 떨어진 숫자가 보기는 좋았고, 멘델의 논문은 이미 발표되었지만.

3. 하버는 그의 연구를 멈추지 않아 부인이 자살했다.

“그(하버)가 높은 압력과 촉매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하면서, 암모니아(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의 생산이 가능해져 비료를 대량으로 만들게 되었답니다. 하버의 질소가 비료가 되어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한 것이지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하버는 1918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게 돼요. 그런데 역사를 보면 과학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버의 암모니아도 그랬어요. 암모니아는 비료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폭발물의 원료이기도 했던 거예요. 비료가 되어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하기도 했지만 폭탄이 되어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던 거지요. …. 하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학병기부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염소를 독가스로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그가 만든 독가스는 1915년 4월 22일 이프르 전투에서 처음 사용되었어요.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 때문에 죽은 사람이 1만 명, 후유증으로 고생한 사람이 100만 명이었다고 해요.” (책 ‘과학, 일시정지’, 가치는 꿈꾸는 과학교사모임 저)

과학의 두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다. 질소를 활용해 비료를 개발하고 농작물 생산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원해 주었다. 반면 같은 성분을 활용해 폭탄을 만들고 더 나아가 독가스를 생산해 냈다. 그 과정을 보다 못한 화학자이자 아내였던 클라라는 남편에게 독가스 연구를 멈출 것을 간청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자살까지 하게 된다. 그래도 하버는 연구를 스스로 멈추지 않았다. 하버의 연구와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과학자의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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