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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 사고 싶어도 '한국'서는 못사는 사연

ⓒGetty Images/iStockphoto

어떤 사람에게는 '지옥'과도 같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혁신'과도 같다는 생리컵.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한번 익숙해지면 너무 간편한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는데..

생리컵의 장점은 셀 수 없다. 탐폰처럼 자주 갈아 끼울 필요도 없고, 한번 사면 최대 십 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으니 경제적인 데다가, 잘 끼우면 피가 거의 새지 않는다. 또 탐폰을 사용할 때 느꼈던 질 건조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면 생리대를 사용할 때처럼 시간과 공을 들여 찬물에 핏물 빨래를 하고 있지 않아도 되고, 5시간에서 7시간 정도마다 한 번씩 빼서 피를 따라 버린 후에 닦아서 다시 끼우면 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가.(은하선 이기적 섹스 저자가 5월 30일 아이즈에 기고한 글)

생리대/탐폰이 지긋지긋한 여성들이라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 생리컵을 사고 싶어도 아예 살 수가 없다.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왜 그럴까?

생리컵이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돌연 판매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식약처는 7월 생리컵이 약사법상 의약외품(질병치료· 예방용 의약품보다 인체 작용이 경미한 약품)에 해당한다며 갑자기 판매 단속에 나섰다.

그럼 의약외품 기준에 맞춰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게 그렇지가 않다. 왜냐면 아예 '허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즉,현재는 '생리컵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어 아예 (합법적으로) 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혈량, 생리주기 등을 자동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생리컵을 개발한 황룡(32)씨는 “허가 기준이 명확한 의료기기도 심사를 통과하기 힘든데 생리컵은 기준 자체가 없어 아예 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지난 8월 게시된 ‘의약외품 기준 및 시험방법 작성 시 시험항목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여전히 생리컵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에 생리컵이라는 용어는 없으나 생리대를 포함한 여성용품 모두를 의약외품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허가 절차나 안전 기준 문의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한국일보 12월 20일)

한국에서 생리컵은 생리대, 탐폰과 함께 의약외품의 범주에 들어가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필요로 한다. 현재 허가된 생리컵은 없으며 허가받지 않고 판매할 경우 무허가 의약외품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식약처는 미국 식약청(FDA)에서 허가하고 있는 생리컵을 불허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예산 확보에 골몰할 게 아니라 식약처에 불허 근거를 밝힐 것과 함께 시판과 안전장치를 요구해야 한다.(레디앙 11월 8일)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거 Alex Logan 는 '생리컵에 보내는 증오의 노래'를 통해 생리컵을 향해 엿을 먹으라고 했으나, 진짜 엿 먹을 만한 것인지 아닌지 (해외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은 명백히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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