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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닥터 스트레인지'의 화이트워싱에 대해 마거릿 조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전문)

  • 강병진
  • 입력 2016.12.19 11:07
  • 수정 2016.12.19 11:15

2016년에 테일러 스위프트와 킴 카다시안의 스냅챗 사건 이후 헐리우드 사람들은 모두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언제나 영수증을 가지고 있어라’.

12월 14일, 코미디언 마거릿 조는 틸다 스윈튼이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맡았던 앤션트 원 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걸 공개했다. 앤션트 원은 원래 코믹 북에서는 티벳 남성이다. 역사적으로 헐리우드에서 아시아 인의 역을 백인 배우들이 맡아 이들의 역할이 지워지고 정형화된 바 있다. 스윈튼이 캐스팅되자 아시아 인들과 아시아계 미국인들 커뮤니티는 즉각 저항했다.

“틸나는 내게 이메일을 보내 사람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왜 아시아 인들이 분노했는지 내 의견을 듣고 싶어했다.” 조는 바비 리의 팟캐스트 타이거벨리에 출연해 말했다. “정말 괴상했다.”

조와 스윈튼은 영화업계의 화이트워싱에 대해 ‘긴 토론’을 나누게 되었고 스윈튼은 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헐리우드의 대표성 부족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조에겐 이 대화가 불편했다. 조는 자신이 ‘아시아 인 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벌쳐’의 보도에 따르면, 조의 인터뷰에 대해 스윈튼 측은 12월 16일에 ‘명확하게 해두고 모두에게 좋은 뜻을 담겠다’며 수정하지 않은 이메일 전체를 공개했다. 금요일 밤에 조는 ‘아시아 배우들이 아시아 인 역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자신은 지금도 스윈튼의 팬이라고 밝혔다.

두 여배우가 주고받은 이메일 다섯 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하기 몇 달 전인 2016년 5월에 쓴 것이다. 스윈튼이 캐스팅된 것에 반발이 일 무렵이었다. 메일을 아래에 공개한다.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틸다 스윈튼이 보낸 메일

친애하는 마거릿,

우린 만난 적이 없지만 난 몇 년 동안 당신을 생각해 왔다- 나는 팬이다.

부탁을 하고 싶다. 정말로 중요한 사회적 대화에서 나왔지만, 앞으로 어떤 황당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일 때문이다.

다양성에 대한 논란 – 크게 지지한다 – 이 마블의 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찾아왔다.

당신이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는 멸종된 동물 같은 사람이라, 누가 여기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전혀 모른다. 이 영화가 표적이 된다는 건 좀 아이러니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솔직히 내가 말하기보단 의견을 듣고 싶다.

당신의 생각을 듣고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괜찮은가? 이메일을 주고받아도 괜찮겠는가?

여기에 잘못된 답이란 없다. 당신이 그러고 싶다면 내게 꺼지라고 말해도 된다. 어떤 경우든 간에,

사랑을 보낸다.

틸다

발신: 마거릿 조

수신: 틸다 스윈튼

보낸 시간: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13:32

제목: Re: 이상한 일

물론! 난 당신의 팬이다. 올랜도 때부터!

지금까지 당신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내 입장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이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연기했던 역은 원래 티벳 남자였고, 이 역할이 아시아계 사람에게 가야한다고 느꼈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좌절한 것이다.

이 논란의 더 큰 부분은 아시아 인들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영화에서 ‘화이트워싱’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백인 배우들을 통해 전달되고, 우리는 이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힘겨워하고 있다.

저항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다. 우리는 영화에서 우리가 보다 잘 대표되길 원하는 것뿐이다. 다양성의 면에서는 TV는 나아지고 있지만 영화는 아직 뒤처져 있다.

그나저나 이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고 사적으로 할 수 있다! Best, m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틸다 스윈튼이 보낸 이메일

답장에 정말 감사한다! 당신과 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 걸 정말 감사한다. 아주 명확하다.

내가 생각하는 마블의 상황은 이렇다. 옛날 코믹 북들에는 온갖 이유로 불쾌하게 여길 고정 관념들이 가득하다.

영화는 – 모든 영화화가 그렇듯이 – 책을 변형하는 것이다. 앤션트 원이 코믹에서는 티벳 남성이었을지 몰라도, 마블이 고정 관념을 뒤흔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식상한 클리셰를 피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치웨텔 에지오포에게 두 번째 주연을 맡겼다. 책에서 그 캐릭터는 백인 트란실바니아 인이었다. 그리고 베네딕 웡이 연기하는 중요한 아시아 캐릭터를 넣었다.

앤션트 원(책에서는 ‘나이 많고 현명한 동양인’ 푸 만추 같은 캐릭터였다)의 젠더를 바꾸고(이것도 다양성과 관련되어 있다) 낡은 ‘드래곤 레이디’를 피하고 싶어서, 그들은 (오래된) 켈틱계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게 맡겼다. 아마 나이가 많아서였을 것이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이 ‘지혜는 남성의 것’이라는 끝없는 이야기를 끊으려 한다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비키니를 입지 않은 26세 이상의 여성에게 강력한 캐릭터를 맡긴다는 것도 좋았다.

이 영화에 대한 정당한 항의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제작자들이 항의를 피하려 엄청나게 애를 썼다는 점이다.

내가 이 논란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었다는 데 대한 내 개인적 아이러니는 내가 늘 지키려 해왔던 것 때문이다. 여성의 외모가 어때야 한다는 생각,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우리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 등에 있어 다양성은 내가 편안한 분야였다. 이 논란에서 나쁜 쪽에 서게 되었다는 게 내겐 조금은 악몽과도 같다.

나는 적절히 다양한 영화 우주가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 못지 않게 역겹게 생각한다. 영어권 전반,남성들의 이야기, 대칭적인 이목구비와 마텔의 영향을 받은 사지에 대해 역겹게 느낀다.

나는 하이랜즈에 사는 55세 스코틀랜드 여성이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영화들에 내 인생에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지적이고 힘이 있는 생각을 전달하려면… 그리고 지금 뭔가 건설적인 것을 내놓으려면?

나는 이 이슈를 피할 생각은 아니다. 정면으로 대처하고 싶지만, 가능하다면 그를 통해 진전을 이루고 싶다.

그게 나에게 있어선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까지 나는 내가 아시아 인 역을 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생각을 바로잡으려 해봤다. 이게 가장 중요하고 해가 되는 오해인 것 같다. 그 이상으로는 내가 무언가를 덧붙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다. 특히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당신 – 혹은 당신이 아는 누구든 – 이 뭔가 진보적인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알고 싶다. 이 토론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하다. 강한 기반 위에 건설되어야 한다.

사랑

틸다

발신: 마거릿 조

수신: 틸다 스윈튼

보낸 시간: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20:44

제목: Re: 이상한 일

나는 모든 코믹 북들에 전혀 친숙하지 않아서 그에 대한 말은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영화를 더 다양성있게 만들기 위해 했다는 노력은 안타깝게도 잘 이해할 수 없다. 영화가 나오고 마침내 관객들이 보게 되면 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내 생각에 이건 그저 타이밍 문제인 것 같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아시아계 역할이 아시아 배우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앤션트 원 역은 ‘화이트워싱’의 또 다른 예였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효과적으로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당신이 예술가로서 다양성을 지지한다는 것을 나는 믿고 당신이 해온 작업들에서도 그건 드러난다. 하지만 앤션트 원의 경우는 아시아 캐릭터의 ‘화이트워싱’의 기나긴 목록 중 또 하나이기 때문에 당신은 그 역사의 열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이 이슈에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 기쁘다는 것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건 힘든 일이라는 걸 난 안다.

당신이 나와 그랬듯, 이 이슈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힘들다는 걸 안다. 사람들은 아주 분노하고, 그 분노를 피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가 힘들다. 하지만 영화/tv/미디어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해 동안 쌓여온 분노가 지금 이 영화에서 폭발한 것이란 걸 알아야 한다. 공각기동대의 스칼렛 요한슨에게도 이 분노가 향하고 있다.

어쩌면 최선은 이 영화에서 당신이 보는 다양성을 말하고, 이 프로젝트에 당신이 끌린 이유가 그거라는 걸 강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또한 당신이 다양성을 지지하며, 당신이 만드는 영화가 다양성을 포함하길 바라며 그것이 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라.

나는 심지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컨텐츠를 프로듀싱하는 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그건 정말 필요하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영화에서 우리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고, 우리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한다. 아시아 인들을 정면에 부각시키는 프로젝트를 후원하거나, 그런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를 의논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틸다 스윈튼이 보낸 메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형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연락하겠다.

x

그나저나 지난 2년 동안 프로듀서로서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올 여름에 한국, NYC, 뱅쿠버에서 찍을 영화 옥자를 준비해 왔다. 내가 알기로 이건 최초의 한글/영어 영화이며, 플랜 B와 넷플릭스와 함께 하고 있다. 주연은 14세 한국 여성이며 스티븐 연 등도 나온다. 이 영화가 잘되길 바라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난 그러길 바라며, 그러리라 믿는다.

발신: 마거릿 조

수신: 틸다 스윈튼

보낸 시간: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22:30

제목: Re: 이상한 일

'옥자'에 참여한다니, 최고다!

 

허핑턴포스트US의 Tilda Swinton Releases Email Exchange With Margaret Cho About Whitewashing In ‘Doctor Strang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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