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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의 '위증 예언'은 사실 자신의 위증을 덮기 위한 '알리바이'였을까?

  • 허완
  • 입력 2016.12.17 14:05
  • 수정 2016.12.17 14:21
ⓒ연합뉴스

최순실 측 증인과 미리 짜고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신이 받은 제보를 소개했다.

이 의원은 17일 오후 낸 보도자료에서 "고영태씨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고영태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자신의 말을 뒷받침 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거나, 질의에 나설 특정 의원을 지목했던 건 아니었다.

이 인터뷰 이틀 뒤, 박 전 과장은 청문회에 나와 '태블릿PC를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고씨가 '예고'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일었다. 이 때 질의에 나섰던 이만희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됐고, 야당은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금 이 시간까지 박헌영 증인을 만나거나 전화통화조차도 한 사실이 없"으며 "박헌영에게 위증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교사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해당 질의를 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제보자들이 찾아와 '고영태가 위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 자리에서 제보자들은 모 종편에서 보도되었던 태블릿PC에 대해 고영태씨는 청문회에서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영태씨가 들고 다닌 걸 본적이 있으며, 최순실씨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짐을 정리하면서 본인들에게“저 태블릿은 고상무(고영태)의 것이니 고상무 책상에 넣어두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제가 종편이 입수한 태블릿PC와 사무실에 보았다던 태블릿PC가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고영태가 여직원과 박헌영과장에게 전원케이블을 사오라고 시켰는데, 둘 다 맞는 걸 사오지 못해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만희 의원 페이스북 12월17일)

이 의원은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서 관계자인 박헌영 증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한 질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뭘까?

'고영태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걸 봤다'고 말했던 박 전 과장은 4차 청문회에서 "태블릿PC는 최(순실)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즉, 고영태씨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들고 다녔다는 것.

박 전 과장의 청문회 당시 증언과 이 의원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고씨가 청문회 위증을 '예고'했던 건 막연한 추측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위증 사전모의' 정황을 미리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위증'을 덮기 위한 발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박헌영 전 과장의 증언과 이만희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기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사태의 전말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 과거 고영태는 최순실의 태블릿PC를 들고 다녔다.
  • 과거 고영태는 더블루케이 박헌영 과장에게 '충전기를 구해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 고영태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들여놓은 자신의 책상 서랍에 이 태블릿PC를 넣어둔 채 방치했다.
  • 최순실은 급하게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걸고 넘어질 수 있으니 고영태 책상은 그냥 놔두라'고 지시했다.
  • JTBC는 짐이 모두 빠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남겨진 고영태의 책상 서랍에서 이 태블릿PC를 입수했다.
  • 고영태는 검찰 조사와 국회 청문회에서 '태플릿PC는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 12일, '제보자'들이 이만희 의원과 만나 '고영태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걸 봤다'고 말했다.
  • 고영태는 박헌영 과장이 곧 청문회에 출석해 '고영태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는 걸 봤다'고 증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고영태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태블릿PC의 출처와 소유자의 실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고영태는 청문회 이틀 전(13일), 기자에게 '새누리당 의원이 물어보면 박헌영 과장이 위증을 할 것'이라고 '알리바이'를 던졌다.
  • 고영태의 예측대로 청문회에서 태블릿PC 소유자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박 과장은 '고영태가 들고다니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 청문회가 끝난 후, 고영태가 '위증'을 예측했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 고영태는 '고영태가 최순실 태블릿PC를 들고 다녔다'는 이 주장을 '위증'으로 덮어씌우는 데 성공한다.

요약하면, 고영태는 위증을 '예고'한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에 미리 '위증' 딱지를 붙였다는 얘기가 된다. 자신의 위증을 덮기 위해.

참고로 고영태는 청문회장에서 '최순실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명확한 증거가 있다며 '최순실 소유'로 결론내렸다.

과연 진실은 뭘까?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물론 고영태 본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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