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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단체'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게 어색해보이는 사연

12월 17일 토요일에도 ‘촛불집회’는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모인 가운데, 이날 안국역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및 친박 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서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함께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현이 만들었고, 또 여러 그룹이 불렀으며 이선희에 의해 국민노래가 된 그 곡이다.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2월 10일에도 집회에 참가해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선희씨의 ‘아름다운 강산’ 등 노래에 맞춰 손에 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강산’을 박사모나 어버이 연합이 불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로 신중현의 아들이자,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의 이야기다.

12월 17일, 신대철은 페이스북을 통해 “TV에서 친박단체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것을 봤다”며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운 강산’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70년대 최고의 히트곡 작곡가인 신중현에게 당시 청와대는 “각하의 노래를 만들라”고 했었고, 이를 거절하자 이후 나온 작품들이 줄줄이 금지곡이 됐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히트 곡인 ‘미인’도 갑자기 금지곡이 되었다. ‘아름다운 강산’은 그런 상황에서 고심하던 신중현이 ‘신중현과 엽전들’ 2집을 통해 발표한 곡이다. 신대철은 “이 곡은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 라는 의지의 표현 이었다”고 설명했다.

신대철은 또 페이스북을 통해 이 노래의 가사에 숨겨진 교묘한 메시지를 설명했다.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 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우리들 모여서 말 해보자 새희망을' '~말해야지 ... 우리의 새꿈을 만들어..' 이라 한 것이다. 어쩌면 아고라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일가. 그래서 이 노래는 유신내내 금지곡이 되었다.”

신대철은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며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고 덧붙였다.

숨은 의미를 모두가 알 수는 없겠지만, ‘아름다운 강산’은 박정희 정권의 강압하에 시달리던 뮤지션이 만든 노래였고, 그 정권은 이 노래마저 금지했던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게 어색해 보이는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강헌도 과거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해 “이선희나 이문세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은 정말 아름다운 건전가요이지만, 오리지널 버전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리지널 버전을 들어보면 ‘아름다운 강산’이 사실 ‘뻐킹 코리아’라는 걸 알게 됩니다. ‘아름다운 강산’은 반어법이고요.”

‘신중현과 엽전들’의 앨범에 수록된 ‘아름다운 강산’은 ‘이곳’에서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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