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팻 맥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후임인 민주당 주지사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주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서명해 정치적 도의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의회전문지 더 힐 등은 공화당이 다수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가 맥크로리 주지사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주지사 권한을 극도로 제한하는 법안 2개를 통과시켰고, 맥크로리 주지사는 이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해 주 지사의 주위원회 인사 임명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그동안 주지사가 전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을 지명하도록 했던 규정을, 전체 선관위원 수를 4명으로 줄이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동수로 구성하도록 바꿨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 취임할 민주당 소속의 로이 쿠퍼 주지사는 주 선관위의 다수를 장악할 수 없게 된다.
이 법안은 또 주 항소법원 법관 후보자에 대해 소속 정당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투표용지에 표시하도록 했다.
또 다른 법안은 주 교육위원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이사회 등 주 정부의 주요 보직 등에 대한 주지사 임명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맥크로리 주지사는 이 법안에는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당선인.
CNN 방송은 새 법안이 시행되면 신임 쿠퍼 주지사가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기존 1천500개에서 30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주지사가 취임하기도 전에 기반을 약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쿠퍼 주지사 당선인은 주 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에서 공화당 소속 주의회 의원들과 맥크로리 주지사의 술책에 반발하는 집회가 열렸고, 이 집회로 최소 18명이 연행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지 중 하나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1만4천여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뒀고, 지난 11월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
쿠퍼 주지사 당선인은 주 지사 선거에서 약 1만 표 차이로 맥크로리 주지사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