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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년 전, 판매부수를 부풀려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2014년 11월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후 신간 단행본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20위 이내의 도서 중 발행일 기준 1년 반이 되지 않은 신간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66.7%, 2015년 92.2%, 올해 91.6%를 차지했다. 출판계 전체 흐름의 기준이 될 정도로 베스트셀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는 최근 집계된 것만은 아니다. 나름 오래 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출판 혁명이 일어난 이후부터 베스트셀러는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1. 판매부수를 부풀렸던 책이 진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851년 겨울의 바로 그날, 볼품없는 옷차림에 두툼한 원고를 팔 아래에 낀 중년 부인은 보스턴의 존 주잇 출판사에 들어서면서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기회하고 확신한다. 보스턴의 대형 출판사들은 따뜻한 감정과 인도주의적 신념들로 넘치는 그녀의 소설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 존 주잇이 책을 내주겠다고 하자, 대신 계약을 맡은 작가의 남편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푼돈 25달러만 주면 원고를 넘기겠노라고 말한다. …. 당시 그가 몰랐던 것은, 아내 해리엇 비처 스토가 문학의 역사에, 나아가 베스트셀러의 역사에 신기원을 이룰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을 막 썼다는 사실이다. …. 1852년 3월 27일, 책이 출간된 지 겨의 일주일 만에 주잇은 언론에 첫 광고를 낸다. 비처 스토 부인의 반노예주의 소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이미 5,000명의 독자가 책을 ‘구입했다!’는 내용으로, 2주 후 이 첫 광고의 상업적 결과에 크게 고무된 주잇은 ‘노턴스 리터러리 가제트(Norton’s Literary Gazzette)’ 반쪽 면을 사서 대문자로 커다랗게 전대미문의 결과를 떠벌렸다. ‘”1만 권 판매 돌파! 2주 만에 1만 부가 팔렸다는 사실은 이 책의 믿을 수 없는 인기를 말해주는 충분한 증거이다. 제지공장 3곳, 인쇄기 4대가 밤낮으로 돌아가고, 100명이 넘는 제본공이 쉴 새 없이 일하는데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 주잇은 계속 밀어붙인다. 6월 15일, 그는 이제 ‘노턴스 리터러리 가제트’ 반쪽이 아니라 아예 한쪽 면 전체를 사서 8주 만에 5만 부라는 “미국 출판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판매량”을 선전했다.”(책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놀라운 추세로 팔리고 있다고 출판을 맡은 주잇은 계속해서 광고했다. 출판 후 1년 지나 무려 30만 부가 팔렸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 30만 부의 판매를 달성한 것은 출간 후 6년이 지나서다. 5년 동안 한 권도 안 팔리지는 않았을 텐데,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광고가 심하긴 했다. 이후 이런 수법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로 퍼져나갔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열망은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였다.

2. 베스트셀러와 롱셀러의 결합은 흔치 않다.

“…. 1946년 4월, 갈리마르 출판사는 멋진 장래가 약속된 얇은 책, 3년 전에 뉴욕의 출판사 레이널 앤드 히치콕이 냈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를 출간한다. 1930년대 말에 이미 유명했던 저자는 1944년에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사실은 책의 판매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정반대이다. 즉각 베스트셀러가 된 ‘어린 왕자’는 여러 집계에 따르면 180개 언어로 번역되어, 8,000만~1억 4,0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만 아직도 매년 25~35만 부가 팔리고 있다. 베스트셀러와 롱셀러의 결합은 유일하지는 않지만 예외적인 것이다. ….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금방 잊히고 마는 반면, 많은 ‘고전’은 출간 당시에는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역사상 ‘성서(Bible)’ 다음으로, 애거사 크리스티나 마오쩌둥보다 더 많이 읽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책들이 그랬다. 16세기가 끝나갈 무렵, 저자의 이름도 없이 출간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성공적으로 공연되지만 잘 팔리지는 않았다.” (책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저)

셰익스피어 정도의 대문호면, 책이 나오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리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18세기 중반까지 거의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16세기 말(1594년)에 첫 작품이 출간된 것을 감안하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해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중반 사이에,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버린 셰익스피어의 책들이 교과서 쪽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았다. 그리고는 영국과 미국에서 그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교과서의 힘이다. 40억 부의 책을 팔기 위해서 셰익스피어는 300년이나 기다린 셈이다.

3. 독자도 베스트셀러의 작가에 대해 싫증날 때가 있다.

“…. 쥘 베른의 첫 베스트셀러 ‘기구를 타고 5주간’(1863)이 대성공을 거둔 지 25년이 지난 그 즈음에, 독자들은 슬슬 싫증을 내기 시작한다.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 초기의 걸작들은 계속 읽지만, 유명한 노인네의 신작들은 읽는 둥 마는 둥이다. 이 신작들이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들의 수준에 확실히 못 미치는 만큼 더욱 그렇다. …. 영광을 누리던 작가가 후에 이런 실패를 겪는 것은, 언제나 최신작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그가 재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여전히 뭔가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단히 말해서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인 만큼, 그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당시 나폴리의 젊은 팬 마리오 투리엘로와 주고받은 서신을 보면, 쥘 베른은 우울과 현실부정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 쥘 베른은 한탄에 한탄을 거듭한다. “내가 기대를 걸었던 책들, …. 독자들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 기운이 빠지는 일이다. 사실, 늘 인기를 얻을 순 없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다. ….” (책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저)

작가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믿고 읽는 작가와 작품’일 것이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작가들이 신작을 내 놓으면 항상 따라 붙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영원하지는 않다. 언젠가부터 하나 둘씩 떨어져나가고, 나중에는 ‘아직도 책을 내나?’라는 극한의 반응까지 나오곤 한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으로 유명한 쥘 베른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산을 오르는 것 못지 않게 ‘무사히’ 잘 내려오는 것도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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