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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당나라'도 하나의 브랜드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브랜드에 민감하다.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두하던 날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 중 하나도 그녀가 신고 있다가 벗겨진 프라다 신발이었다. 유명 브랜드의 신발이 아니었다면 관심조차 끌지 못했겠지만, 사람들은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주었다. 사실 브랜드는 그 제품 자체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게 한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기호, 즉 로고에 모든 관심을 쏠리게 한다. 브랜드에 집착하는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1. 우리는 기호를 소비하는 생활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이 성립하는 것은 광고에 의해 기호가 가치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프랑스의 현대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와 같은 기호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는 기호를 소비하는 생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현대에는 거의 모든 것이 기호를 소비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텔레비전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사운데 출연한 연예인에게 고가의 물건과 저가의 물건을 맞추게 하는 ‘등급 매기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누구나 자신의 지식과 감각만으로는 품질의 우열을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 병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인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와 이만 원짜리 싸구려 하우스와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

브랜드의 힘은 강력하다. 예전에 큰 인기를 끈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도 결국 코카콜라 브랜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 비슷한 맛이지만 코카콜라 병이나 캔에 들어있으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그래도 봐 줄만 하다. 저자가 든 예처럼 수백만 원과 이만 원의 차이처럼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 온전히 브랜드 때문이라면 문제는 있다. 선호하는 것이 브랜드 때문인지, 아니면 그 제품의 질 때문인지의 갈림길에 서있는 셈이다.

2. 당나라도 브랜드였다. 브랜드 역사는 꽤 깊다.

“브랜드라는 시점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 전에 일본에서 ‘당(唐)’은 하나의 브랜드였습니다. ‘당물(唐物)’이라는 말이 있는데, 원래는 당나라에 파견되었던 사신이 일본에 갖고 돌아온 ‘당나라에서 전래된 물건’이라는 의미였으나 차츰 ‘외래품’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일본이 최초로 다양한 문물을 구입한 상대가 중국의 당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당 이전의 수나라(AD 581~618년)에 사신을 보내 교류했는데, 그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수라는 이름은 정착하지 않았던 것이죠. 당시의 중국(수나라와 당나라)은 일본에서 보았을 때 선진국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가져온 물건은 ‘당물’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브랜드였습니다. …. 그런 고립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유일한 창구인 당나라로부터 들어오는 세계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물건에 일본인은 흠뻑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일본인은 지금도 해외 브랜드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맨 처음 중국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시작된 대상은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또 영국과 프랑스 시대를 거치며 변화해가는데, 최초에 새겨진 “당물=외래품은 좋다”라는 주술로부터 지금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

우리도 과거 “미제, 일제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말들을 하곤 했다. 그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국산품 애용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외국산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강력한 열망은 무려 지금부터 1400년 전쯤인 당나라 때부터였다. 그 주변부에 있던 일본은 당나라 물건, 즉 ‘당물’에 열광했다. 선진국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외국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랬으리라. 우리가 열광하는 지금의 브랜드도 혹시 제품의 질이 아닌 이런 이유는 아닐지 고민해 볼 일이다.

3. 미국을 동경하게 만든 것은 할리우드였다.

“미국의 생활양식을 만들어낸 것도 할리우드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홈드라마에 그려지는 미국의 가정생활은 처음에는 미국인에게조차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넓은 집에 햇빛이 잘 드는 마당, 집안에는 최신형 냉장고가 있고, 그 안에는 먹을거리가 잔뜩 들어 있다. 거실에는 커다란 텔레비전이 놓여 있고 가족은 언제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미소짓는다. 그런 영상이 사람들의 마음에 동경의 대상으로 들어와 자신의 생활양식을 그것에 애써 맞추는 형태로 변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것은 동시에 신흥제국 미국의 세계화 전략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생활양식을 동경하고 따라 하는 행위는 미국의 물건을 갖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적인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경외감을 심어주어 세계를 미국 중심으로 바꿔가려는 것입니다.”(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

미국인의 삶 자체도 브랜드다. 브랜드로서 그것을 동경하게 만들고 하나의 문화 코드로 만든 것은 할리우드였다. 특히 미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는 눈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다. 온갖 가전 제품과 풍부한 먹을거리, 거기에 적당한 여가 생활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런 미국의 전략은 자연스럽게 먹혀 들었다. 많은 국가들은 미국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싫든 좋든 현대인 생활의 표준을 제시한 것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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