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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은 도무지 미술관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은 그 자체로서 작품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고층빌딩을 세우는 데 익숙한 대형 건설사가 미술관을 짓는 게 말이 됩니까."

내년 하반기 개관을 앞둔 부산현대미술관을 두고 부산 미술계 안팎에서 건물외관을 비롯해 기능, 건물의 상징성 등을 놓고 갖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지어지는 미술관이 최근 외관을 드러내자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부산시와 문화계에 따르면 부산 비엔날레 전용 전시관으로 지어지는 부산현대미술관은 내년 2월 완공 후 하반기 정식 문을 열 예정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시가 4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내 2만9천900㎡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건물 면적 1만5천290㎡)로 지어진다.

최근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외관이 미술관 같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설계 과정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무성하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부산시 문화행정을 매섭게 비판하고 나섰다.

임동락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한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면 백년대계를 보고 지어야 한다"며 "관급공사를 하는 건설사가 미술관을 설계하고 짓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외국의 유형 미술관의 설계는 대부분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설계를 맡았고, 국내에서도 최근 건립되는 미술관은 전문가에 의해 설계된다"고 말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한진중공업컨소시엄이 맡아 설계와 시공이 일괄 이뤄지는 턴키방식으로 건립됐다. 오페라관이나 문화회관 등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설계는 국내외 공모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2013년 당시 부산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일괄입찰을 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컨소시엄 내 설계회사는 지금도 전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을 설계했던 회사"라며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은 작품의 하중을 감안하지 않은 설계 때문에 중량이 나가는 작품은 건물 밖에 전시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부산의 한 미술계 인사는 "미술관은 한 도시의 정신과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물"이라며 "미술관 설계를 관급공사를 하는 회사에 맡겼다는 것은 부산시의 문화행정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책임시공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방식을 택했다"며 "당시 설계과정에 미술계 인사들이 자문을 했기 때문에 전시 기능상의 문제점 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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