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새누리당에 큰 위기를 가져왔지만 야권에도 위기를 가져왔다. '탄핵'이라는 큰 숙제에 가려있던 갈등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다시 갈라지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개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는 반면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과 국민의당 측은 개헌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갈라서는 형국이다.

야권의 13일 풍경은 이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줬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대선정책 캠프와 다름 없는 '국민성장 정책공간'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하여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개헌파 정치인들은 같은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모여 문 전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87년 체제 속에 대선을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으로,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이라며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누구는(문 전 대표는)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무슨 문제냐'고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고치지 않으면 최순실 게이트 같은 현상이 또 초래된다"며 "개헌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두 달이면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 친문으로 대표되는 계파 패권주의가 정치를 짓누르는 악(惡)이고 정치를 망쳤다"고 했다. (조선일보 12월 14일)

향후 새누리당 탈당파가 개헌의 깃발 아래 모이게 될 경우,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는 큰 지장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부에도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다. 결과가 뻔해 보이는 친박과 비박의 대결 구도와는 달리 친문과 반문의 구도는 꽤 복잡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급부상 때문이다:

대선 주자 5명은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머리싸움을 벌여야 한다. 대선 후보 구도가 ‘1강-다약(多弱)’에서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빅2’로 재편된 점도 변수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압도적 1위라면 친문 진영의 장악력과 구심력도 커졌을 텐데 상황이 묘하게 됐다”며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최한 포럼에 의원이 78명이나 이름을 올린 건 ‘비문 진영’의 무언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12월 1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헌재의 결정 시기에 대한 불투명함은 남아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제 임기를 마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꾸준히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리 압도적이진 않다. 2017년 대선은 우리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17대나 박근혜 대통령의 18대보다 훨씬 더 많은 드라마를 보여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