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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가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제왕절개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미국에선 신생아 분만의 약 30%를 제왕절개가 차지한다(한국은 36.9% - 2012년 기준).

그런데 한 오스트리아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제왕절개 사례의 증가로 인류의 진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산모의 골반을 안전하게 통과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큰 태아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제왕절개가 늘어나고 있다고 추측했다.

도대체 왜?

옛날에는 제왕절개 수술이 용이하지 않았다. 따라서 골반이 작은 산모가 덩치 큰 아기의 분만을 시도하다가 아기나 산모 또는 둘 다 사망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태아가 제왕절개로 안전하게 세상에 나오면서 '큰 머리/좁은 골반' 유형을 지속하는 유전자가 계속 후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추측이다.

연구팀은 소위 말하는 '태아골반불균형'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산모의 골반을 정상적으로 통과하기 어려운 태아가 늘고 있다는 의미)며, 따라서 제왕절개 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아직은 수학적인 이론이라고 주의를 권고했다.

빈대학교의 생물진화학자 필립 미터로커는 Vox에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는데, 이번 연구는 PNAS라는 과학지에 실렸다.

사실 산부인과 전문의들 사이에선 이런 주장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이요 의료원의 마리 차리스 바네즈 트리니다드 박사는 허프포스트에 "신빙성 있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비만 추세를 보자. 사람들의 몸무게가 상승하면서 태아의 몸무게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더 큰 태아가 골반을 제대로 통과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사실 골반불균형을 가진 사람에겐 가장 안전한 분만법이 제왕절개다."

그런데 일부에선 아기의 머리가 산모 골반에 비해 너무 클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문제라고 한다. '자연 분만,' 즉 약물 복용을 배제한 음부를 통한 분만을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골반이 좁아 분만이 어렵다는 말은 '미신'일 뿐이며, 질관을 통한 분만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트리니다드 박사는 이번에 제시된 이론을 들며 태아와 산모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산모의 골반이나 태아의 크기와 상관없이 제왕절개를 추천하는 병원들도 있다는 거다. 사실 제왕절개 사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은 병원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트리니다드 박사도 분만 시점에 아기의 머리가 질관에 맞게 '변형'된다고 인정했는데, 다만 어느 정도까지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리니다드는 "아기의 머리가 좀 크더라도 질관에 맞게 '변형'된다"며 "그러나 아기에 따라 안전한 질관 분만이 그런 변형만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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