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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아직도 신당 창당으로 '고민 중'인 까닭이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곰곰이 읽어보면 좀 이상하다. 신당을 만들면 만드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어놓고서 왜 '고민 중'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하는 걸까?

당시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전 대표의 책상을 보면 조금 답이 나온다.

저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직후 메모 노출로 재미를 보신 이후 부쩍 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노출된 메모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기사는 바로 동아일보의 13일자 기사. 김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복수의 김 전 대표 측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보수 재탄생을 위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며 “이미 정강정책 작업 등 구체적인 창당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진영은 내년 1월 말까지 신당을 만든 뒤 한 달간 경선을 치러 2월 말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이어 3월 말까지 다양한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보수 단일후보’로 5월경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 임하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12월 13일)

김무성 전 대표의 13일 기자회견은 그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그런데 김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래의 두 문장을 보라: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지금 절실한 시점이다."

"당을 탈당한다는 건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결정이기 때문에 1차 목표는 우리 새누리당을 새롭게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

이 두 문장을 조합하여 김무성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보자:

신당 창당이 절실한 시점이긴 한데 당을 탈당한다는 건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결정이라 일단 새누리당을 새롭게 (그럼 새새누리당?) 만들어보고 안되면 신당 창당할게요

'간철수'도 이제 간을 안 보는 마당에 '간무성'이 나타난 셈. 역시 '쫄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야

사실 '간무성'에도 까닭은 있다. 동아일보의 말마따나 '마지막 단추'가 끼워지지 않았기 때문:

보수 신당이 파괴력을 가지려면 유승민 나경원 주호영 정병국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새누리당 비주류 간판 인사들의 합류가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탈당을 결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잠재적 대선 후보인 유 의원은 탈당에 부정적이다. 김 전 대표 측은 유 의원에게 “배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가 만들 테니 그 배의 선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아직까지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12월 13일)

올해 초만 하더라도 여권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김무성 전 대표였지만 이젠 탈당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이는 유승민 의원에게 대답 없는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애처로운 처지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신당이 잘 되려면 결국 유력 대선 주자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여권에서 이제 유승민을 제외하고는 유력 주자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아, 제가 피닉제를 모욕했군요... 사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가 유승민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내 맘인데 왜 /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건 왜 / I'm like TT /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사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의혹 대부분이 입증되고 대통령이 탄핵된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계속 하는 와중에도 비박계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치생명이 끝난 새누리당 안에서 친박과 비박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당에서 나가라고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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