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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세대의 투정이 한심하다"는 교수가 있다

또 다시 이대가 나라를 구할까.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 대해 “아시안들은 툭하면 울고 시위한다”며 인종차별적 망언을 쏟아낸 대학교수가 등장했다. 이화여대에서다. 이대는 학생들이 정유라씨의 입학 비리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대강을 하면 4년 안에 부자가 된다”고 주장하는 등 4대강 찬성론자로 유명한 박재광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오후 3시반께 이대 교양수업인 ‘미래 환경의 이해’ 초청강사로 일일 특강을 했다. 마찬가지로 4대강에 찬성한 대표적인 학자였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전공·에코과학부 대학원 교수가 담당하는 수업이다. 박재광 교수는 이 특강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비판적 발언과 젊은 세대를 폄하하는 발언, 인종차별적·여성비하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올린 글에 따르면, 박재광 교수는 “걸핏하면 시위하는 인간들이 문제다. 아시아인들은 감성적이다. 툭하면 울고 툭하면 시위한다”고 촛불시위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비하를 섞어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시위를 조장하는 주체는 민노총”이라고도 주장했다.

박재광 미 위스콘신대 교수

박 교수는 또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군사혁명”이라고 언급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남한은 정통성이 없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다고 교육한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 이들의 논리와 같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독재·친일 미화로 비판받고 있다.

박 교수는 젊은 세대에 대한 비하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나 때는 한 달에 두세 번 집에 가며 일했다.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일으켰다”며 “지금이 얼마나 풍요로운 세대인데 투정 부리는 여러분이 얼마나 한심한지 아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또 “물, 커피 사 마시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미국 대학생들은 텀블러 들고 다닌다” “돈 모아서 명품 사지 말고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서 다녀라” 등 한국의 젊은이들은 사치스럽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이대 학생들에게 “남편을 등쳐먹고 살고 싶지 않으면 미국에 가서 살아라. 미국은 능력을 펼칠 수 있지만 한국은 (남편을) 등쳐먹고 살 곳이다” “남편에게 얹혀 살고 싶은 사람 손들어봐라”고 발언했다.

학생들은 질문을 하거나 반박하려 했지만 박재광 교수는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분노한 학생들은 수업 말미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그러자 박재광 교수를 초청한 박석순 교수가 나서서 “한국 대학생들은 시간을 어기는 것을 싫어한다”며 수업을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이대 학생들은 박재광·박석순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11일 기준 577명이 서명했으며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재학생 안아무개씨는 페북을 통해 밝혔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녹취록 등을 모으고 있으며, 서명과 함께 학생처에 전달하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해당 수업의 담당교수인 박석순 교수의 연구실에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재광 교수는 박석순 교수와 더불어 4대강을 찬성한 학자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며 함께 이름을 알렸다. 박재광 교수는 2009년 7월 <나의 조국이여 대운하를 왜 버리려 합니까>라는 책을 냈다. 2010년 4월 환경단체가 낸 소송에서 정부 쪽 증인으로 나와 “앞으로 3년 뒤 한국은 4대강 때문에 너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주장했다. 박석순 교수는 녹조 등으로 인한 수질 악화 우려에 반박하며, “배의 스크류가 돌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주장해 누리꾼들에게서 ‘스크류 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 2011년에는 국립환경과학원장으로 임명(2013년 4월 퇴임)됐고, 2012년에는 국립과학기술연구기관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박석순 교수가 진행해 온 ‘미래환경의 이해’ 수업에는 지난해 시험 범위에 정부에서 제작한 박정희 정권을 예찬하고 새마을 운동을 미화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이 포함됐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대생들은 “박석순 교수의 특정 정치 사상 주입은 이번 학기에뿐만 아니라, 매년 거론되어오던 문제다. 수업과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학교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문제”라고 학교 쪽을 질타했다. 또 “해당 특강을 들은 아시아인이자, 여성이자, 젊은 세대인 학생들은 여러 특정 집단에 비하적 발언을 한 박재광 교수와 이를 방임하고 허용한 박석순 교수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초청강연에 나선 박재광 교수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미국인들과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맹목적 찬양 및 한국의 젊은 세대와 특정 종교 집단에 대한 폄하, 모든 여성들을 단순히 의존적 존재로 표현하는 등, 일반화를 당연한 듯 전제로 놓고 말한 교수가 본인이 속한 아시아인 집단을 비하할 때는 자신만은 일반화하지 말라는 듯 남의 일처럼 말했다”며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재광 교수는 최근까지도 젊은 세대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꾸준히 드러냈다. 최근 여러 보수 매체들과 블로그 등에 널리 공유된 박재광 교수의 글이라고 알려진 ‘헬조선이란 언어프레임에 대하여’를 보면, 박 교수는 “우리는 지금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잘 살고 있다. 매스컴이 진영논리나 이념을 따라 한국을 지옥같은 나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글에서 한국이 헬조선이 아니라는 근거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역시 한국으로 가서 정기검진 받고 수술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고 저렴하며 치안이 좋은 국가 역시 몇 나라 없다”고 꼽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젊은 청년세대들은 내가 원하는 일자리, 거기다 연봉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면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조금만 돈이 있으면 사치하고 낭비”한다고 젊은 세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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