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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의 오점이 드러난 건 박근혜 덕분이다

  • 박세회
  • 입력 2016.12.12 13:03
  • 수정 2016.12.12 13:19

서울대학교가 차세대 산업 분야 육성을 위해 추진하던 시흥캠퍼스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됐다고 매일 경제가 오늘(12일) 보도했다. 그리고 이 '올스톱'의 배경에는 박근혜 게이트의 그림자가 서려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첫 간선제를 거쳐 2014년 7월 20일 서울대 제26대 총장직에 올랐다.

성 총장이 취임 후 가장 큰 부담을 느낀 건 아마도 2007년부터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던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일 것이다. 취임 당시부터 이 사업은 백지화하기 힘든 사업이었다. 서울대 영문과 김명환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의 이름을 팔아 신도시의 시세를 올리는 대가로 지자체(시흥시)는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건설사(한라건설)는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개발이익 일부를 환원해 학교 시설을 거저 지어준다는 기본적인 마스터플랜이 꽤 오래전부터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대 특수'를 노리고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백지화는 어렵다는 게 시흥시, 건설사, 서울대 등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물론 서울대의 구성원들은 반발했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학생을 비롯한 서울대 구성원들은 줄곧 서울대의 ‘간판’을 내세운 부동산 투기장사라며 발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발간한 ‘시흥캠퍼스 철회에 나서는 우리들의 자료집’에서 총학생회는 “서울대본부가 파는 것은 서울대라는 이름의 학벌주의적 프리미엄”이라며 “이를 통해 받아오는 것은 부동산 투기금이다. 서울대가 들어온다는 식으로 배곧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부풀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한국대학신문(10월 31일)

가장 큰 문제는 성 총장이 학생들의 동의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도화선은 지난 8월 시흥시 등과 맺은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시흥캠퍼스를 건설 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지난 8월 시흥시 등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맺은 뒤 총학생회는 “학생 동의가 없는 협약은 무효”라며 반발해왔다. 학생들이 캠퍼스 설립 협약 철회를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벌이자 성낙인 총장은 지난달 6일 소통 부족을 사과하고 학생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한국경제(10월 12일)

이에 학생들은 10월 10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본관 4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터진 것이 최순실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참고 자료로 한겨레가 입수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이라는 메모가 나왔다.

2014년 6월15일치에 ‘6/19(목)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이라는 메모가 나온다. 6월19일치에는 ‘서울대 총장’이라고 적혀 있다. -한겨레(12월 8일)

2014년 6월 19일은 15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이사회가 첫 간선제를 통해 성낙인 총장을 뽑은 날이다. 그렇다면 '역임'은 뭔가? 한겨레는 이렇게 해석했다.

1순위로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2순위로 성 교수와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를 이사회에 올렸지만, 토론 없이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사회 투표에서 2순위 후보자인 성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이 서울대 이사회 투표 나흘 전 흘려 쓴 글자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과 상황이 맞아떨어진다. -한겨레(12월 8일)

학생들은 흔들렸다. 성낙인 총장이 과거 영남대 교수 출신이라는 점도 청와대 인선이란 의혹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했다.

성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이었던 영남대에서 1980년 강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고, 1981년 9월 전임교원으로 임용돼 1999년까지 19년 동안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박 대통령은 1980년 4월부터 11월까지 영남대 이사장직에 있었고, 이후 1988년까지 평이사로 재직했다.-한겨레(12월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8일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성낙인 총장 선출 당시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했음이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권이 간택한 성낙인 총장이 지금 서울대에서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의 불신이 깊어갈 수록 성낙인 총장의 시흥캠퍼스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는 건 자명한 사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두달간 서울대학교 기획 처장이 직접 단과대를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열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한 첨단 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계획서 공모에 지금까지 접수된 제안은 단 한건도 없다고 한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내년 1월까지 교수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매일경제(12월 12일)

한편 이 와중에도 서울대 시흥 캠퍼스 주변 아파트의 가격은 혹시 서울대가 시흥으로 오지 못할까 봐 출렁이고 있다고 한다.

2014년 11월 3억1270만원에 분양된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C-3' 전용면적 84㎡ 35층 분양권은 지난 9월 3억343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3억3130만원(17층)으로 소폭 하락했다.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한 '시흥배곧SK뷰' 전용 84㎡ 매매 상한가는 지난 8월 4억1000만원이었지만 9월 이후 4억원으로 떨어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매일 경제(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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