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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에서의 삶은 영화 그 자체다

*영화 '라라랜드'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빛나는 영화라고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너무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1940년대와 50년대를 아울렀던 MGM 뮤지컬의 빛나는 귀환을 현실화한 데미언 차젤의 새 영화는 이미 여러 영화가 소모한 장르를 다시 낭만으로 환생시켰다. 할리우드는 항상 '셀프 오마쥬'에 미쳐있다. 이 영화의 바탕 또한 '영화의 역사'다. 하지만 잊혀진 장르를 되살린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건 아니다.

많은 이들은 '라라랜드'를 2016년 판 '사랑은 비를 타고'라고 부른다.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라라랜드' 제작진의 노력은 그저 오래된 영화 장르의 부활을 뛰어넘는다. 이 영화는 큰 스크린 속의 삶을 향한 우리의 부러움을 이끌어낸다. 우리는 모두 동화책에 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이정표에도 음악과 춤이 함께했으면 한다.

'라라랜드'에서는 그렇다. 물론 좋은 이유로. 영화 초반에서는 배우를 꿈꾸는 미아 돌란(엠마 스톤)의 룸메이트들이 그녀가 오디션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 후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파티에 데려간다. 그들은 "이 사람들 속 누군가가 너의 '단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어 / 너를 땅에서 들어 올려 줄 그런 사람"이라는 노래에 춤을 추며 미아를 달랜다. 미아는 이들의 노래에 설득된다. 이 노래는 그들이 파티에 도착한 이후에도 이어지며, 노래의 예언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된다. 미아는 파티를 떠나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혼자 걷다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영화의 시그니처 곡인 '별의 도시'(City of Stars)를 연주하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미아가 두 번째로 피아니스트를 마주친 순간이다. 첫 번째 만남은 교통 체증에 갇힌 운전자들이 춤을 추던 중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를 향해 중지를 날리는 오프닝 신에서 이뤄진다.

이 귀여운 첫 만남은 한 파티에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커버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장면에서 다시 이어진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코웃음을 치며 서로를 향해 빈정거리다 동시에 파티를 떠난다. 둘은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할리우드를 바라보는 언덕을 향해 걸어간다.

고통받는 예술가들이 번잡한 도시에서 다시 만난다거나 로맨틱하게 만족을 찾는다는 컨셉이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포인트다. '라라랜드'는 기교가 가득한 이야기다. 누군가 솔로곡을 부르면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추고, 이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안무에 동참하며, 미아와 세바스찬은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몽상에 빠진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둘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사이로 솟아오른다. 하지만 영화와 미아-세바스찬 커플은 그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표상으로 영락시키기에는 자기인식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은 꿈을 꾸는 도중 왈츠를 추며 부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우리가 모두 그렇듯이 동화 속에서의 삶을 열망한다. 미아의 희망은 워너 브라더스 촬영장에서 커피를 나르는 삶에서 스타 배우의 삶으로, 세바스찬의 꿈은 적은 출연료를 받고 연주하는 삶에서 본인 소유의 재즈 클럽을 운영하는 삶으로 이끈다. 만약 연애가 이뤄지지 않던 꿈을 이루도록 도와준다면, 장면이 화려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옛날 영화가 그렇듯이 웅장한 장면으로 연출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라랜드'가 진행되면서 세바스찬과 미아는 직장 생활에서 더 많은 장애물을 맞이한다. 이때 부자연스러운 장면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줄어들고 주연들의 힘든 모습은 더 자주 보인다. 세바스찬은 친구(존 레전드)의 밴드에 자리를 꿰차고, 오랜 시간 투어를 떠나게 한다. 미아는 단독 쇼를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퍼붓는다. 현실이 끼어든다. 동화책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달리 그리 깔끔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영화 내내 차젤은 그의 영화가 자리한 세상과 사랑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여러 빈티지 뮤지컬이 그렇듯 예술적으로 연출됐다. 아트 디렉터인 라이너스 샌드그랜은 어느 장면이든 밝은색을 강조하려 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미아가 파티에 참석할 때, 난봉꾼 한 명이 발코니에서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그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다. 위아래로 파도를 타며 댄서들의 반짝이는 옷처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는 미아가 파리의 센강에 뛰어든 이모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주변의 빛은 사라지며 스톤은 '아무리 바보 같은 것이라도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

이런 전율적인 매력은 '라라랜드' 중반부의 약간의 지루함에서 관객의 주의를 흐뜨려트린다. 고슬링과 스톤이 대단한 가수는 아니지만, 둘의 현대적인 목소리는 고음 기술보다는 영화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둘은 세바스챤과 미아로서 자연스럽고도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스톤이 그렇다. 서로를 향해 애정 섞인 저격을 날리다가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는 드럼 비트로 '위플래쉬'를 이끈 차젤의 섬세한 크레셴도로 가능해진 일이다.

차젤은 조금 가볍다고 느껴지는 영화의 초반부를 정당화하는 완벽한 20분짜리 피날레를 선보였다. 이는 눈물과 환호를 똑같이 이끌어 내는 달콤씁쓸한 마술의 소용돌이이자 꿈의 발레 같은 장면이다. 그리고 더욱 대단한 점은 이 피날레가 영원 같은 삶을 담은 영화에 보내는 찬사라는 것이다. 가끔은 영화가 끝나는 것도 괜찮다.

'라라랜드'는 지난 7일 개봉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In ‘La La Land,’ Life Is Like The Movi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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