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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아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첫 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타지인 요르단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제왕절개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저는 두 장짜리 사망보고서를 요르단의 병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병원이 중요한 기록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병원에 요청해주세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 黒岩揺光
  • 입력 2016.12.08 07:42
  • 수정 2017.12.09 14:12

의사K씨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제 아내가 출산 후 사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9월 6일, 저는 첫 아들을 얻은 지 하루 만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타지인 요르단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제왕절개로 인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출산 직후 자궁에서 출혈이 시작되었고, 혈액응고 기능을 상실하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가 발생, 신체 모든 부분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 상태가 되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겨우 서른 셋의 나이였습니다.

제 아내 수진은 요르단에 있는 UN사무소에서 근무했고, 저 역시 아내를 따라 살림을 하는 남편으로 요르단에 정착했습니다. 제게는 아내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저는 제 직장보다 아내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우리의 삶은 출산 중 사망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아내를 잃고 나서 저는 이 일에 대해 글을 쓸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슬픔, 고독, 그 어떤 말로도 제가 겪은 상실감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80여 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저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저는 두 장짜리 사망보고서를 요르단의 병원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해당 병원의 원장이자 아내의 수술 집도의였던 의사 K씨가 작성한 보고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9월 7일 오전 6시 30분경, 환자가 과민성 상태가 되어 호흡, 맥박 등을 확인하려 하자 환자의 남편이 의료진에게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비협조적 자세로 의료진에게 퇴실을 요구함.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쇼크 상태에 빠짐. 즉시 수술대로 옮겼으나 심폐정지 상태에 이름."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진실은 이러했습니다. 그날 오전 6시 30분 경, 아내는 의식이 없었고, 얼굴과 입술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위중한 시점에 의료진을 병실에서 나가라고 했다면 그건 살인 행위나 다름없을 겁니다. 당시 저는 급히 의사와 간호사들을 쫓아다니며 이렇게 애원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아내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이상해요!"

사실과 다른 부분은 또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의사 K씨가 9월 1일에 저와 아내를 같이 만나 유도분만을 추천했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날 병원에 가지 않았고, 당연히 K씨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또 보고서에는 병원 측이 9월 5일에 아내에게 입원할 것을 권했지만 저희가 거절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희는 두 가지 선택권을 받았습니다.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시도하거나, 집에 있다가 진통이 강해지면 병원에 올 수 있다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후자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선택이 더 적절한지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보고서의 대부분은 병원에서 줄곧 유도분만을 추천했지만 저희 부부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유도분만을 시도하지 않은 사실과 제 아내의 죽음간의 연결고리에 대해 명확한 언급은 없습니다.

병원이 공개한 제 아내의 의료기록과 서류는 의문 투성이입니다. 저는 일본의 산부인과, 소아과, 혈액내과 의사들에게 아내의 의료기록을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요르단 병원에서 제공한 의료기록에 매우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의사들은 차트에 환자 상태, 검사 결과, 치료에 관한 구체적 사유와 시점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받은 서류에 이러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9월 6일 오후 5시에 아내가 받았던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적절한 대처였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왕절개 후 계속된 출혈을 막기 위해 아내는 세 차례 긴급수술을 받았는데, 이 수술 과정에서 맥박이나 심장박동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 정보가 없습니다. 이렇게 허술한 정보로 인해 대체 담당의사들이 혈액 검사를 제때 했는지, 수혈한 혈액량은 적당했는지, 제때 자궁절제술을 했는지, 그리고 언제 아내가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는지 등 너무나 많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의사 K씨에게 편지로 세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째, 사망보고서의 날조된 사항을 바로 잡을 것, 둘째, 심박수나 맥박 등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할 것, 마지막으로 주치의로서 어떻게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고, 대처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설명해줄 것이었습니다. 저는 10월 5일 병원에서 K씨를 직접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10월 12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일주일 뒤, K씨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형수진 씨의 사례에 대한 모든 사항은 지금까지 공개한 서류와 의료 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제 요청을 모두 무시한 것입니다. 저는 "질문을 제대로 읽고 일일히 답변해달라"며 재차 요청했고, K씨는 "9월 1일에 당신의 아내만 만났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모두 정확하다. 나머지 질문에 대한 답은 일주일만 더 시간을 달라"고 회신했습니다. 그러나 약 두달이 지난 12월 5일 현재까지 그 어떤 답변도 없습니다.

이후 더욱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10월 7일에 저는 부검결과서를 받았습니다. 손으로 쓴 네 쪽짜리 결과서의 대부분은 K씨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놓은 수준이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의료진에게 퇴실을 요구했다는 허위사실도 적혀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궁에 대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사인은 자궁내 과다출혈이기 때문에, 자궁의 상태를 모르면 자세한 사인을 알 수가 없습니다. 병원은 수술 과정에서 사전 동의도, 사후 보고도 없이 제 아내의 자궁을 적출했고, 부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전 지금도 제 아내의 자궁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릅니다.

중동 지역 산부인과 의사 중에서 K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요르단 왕가도 출산 시 K씨에게 진료를 받고, 중동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 병원에서 출산하기 위해 요르단을 찾습니다. 요르단에서 근무하는 많은 외교관들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K씨의 병원에서 출산을 합니다. 그만큼 K씨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K씨가 넘겨준 보고서 마지막 문장은 이러한 그의 영향력을 잘 보여줍니다. "병원 측에서는 어떠한 과실이나 태만이 없었음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원칙적으로 사법기관이 판단해야 할 의료사고의 과실 유무를 수술 집도의 자신이 판단한 것입니다. 공식 문서에 당사자가 이런 글을 당당하게 남겼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중동의 명의를 상대로 저 같은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요르단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나 일본 대사관입니다. 저는 병원 측이 아내의 사망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양국 대사관에 제가 K씨를 만나 질의서를 전달할 때 동행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은 병원에 의학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대사관 업무가 아니라며 거절했습니다. 일본대사관 역시 이 사건에서 대사관은 당사자가 아니므로 사법 절차를 포함한 요르단의 국내 절차를 통해 해결하라며 제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저는 의학적인 질문을 해달라는 것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 테니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아내가 왜 죽어야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대사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자국민 보호입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은 '보호'가 아닌가요?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저는 마지막 수단을 택했습니다. 저는 10월 말에 쫓기듯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아내의 배우자로서 요르단에 머물렀는데, 홀로는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1월 29일, 저는 요르단에 돌아가 현지 변호사를 통해 해당 병원과 K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11월 30일에 담당 검사를 만나 사정을 설명했고, 검사는 병원이 아내의 죽음에 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요르단 검찰은 관계자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병원과 K씨에 대한 기소여부를 판단할 것입니다.

그러나 병원과 K씨가 과연 정직하게 검찰 수사에 협조할지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K씨와 병원은 제 아내의 자궁을 일방적으로 제거했고, 부검 시에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 10월 5일에 보낸 제 편지에도 아무 답장이 없습니다. 병원이 중요한 기록을 숨기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과 일본 대사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기관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병원에 요청해주세요. 저는 K씨에게 복수를 하거나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의 이름을 세오(千汪)라고 지었습니다. 세오의 '세'는 일본어로 천 개를, '오'는 눈물을 뜻합니다. 세오는 천 명 이상의 눈물과 함께 세상에 와주었습니다. 저는 세오가 제 아내처럼 다른 사람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병원과 K씨가 제 아내의 죽음을 슬퍼한 수많은 사람의 눈물을 느끼길 요청합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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