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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요양병원 우회 인수' 추진에 뒷말 무성한 이유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연관된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국내 굴지의 재활·요양 전문병원 인수에 나서 뒷말이 무성하다. 병원 인수합병(M&A)을 금지한 현행법망을 피하는 방법으로 병원 인수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사실상 재벌이 운영하는 ‘영리병원’ 탄생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기 성남에 있는 보바스기념병원과 롯데그룹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호텔롯데는 지난달 4일 보바스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에 600억원을 무상출연하고 2300억원을 대여하는 등 모두 29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계약을 재단 쪽과 맺었다. 보바스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9월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인가)를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6월 ‘(회생절차)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건으로 다시 요청했다. 이른바 ‘이사회 구성권’을 통한 인수합병이 추가된 것으로,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권한을 매각해 투자받은 돈으로 병원의 부채 부담을 낮추고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상 의료법인의 모든 재산권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팔아넘기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런 이사회 구성권 입찰을 허용했고, 지난 10월 입찰에 한국야쿠르트, 호반건설, 양지병원 등 12개 법인이 뛰어들었다. 호텔롯데는 다른 경쟁 업체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싼 가격인 2900여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오는 14일 채권자 모임인 ‘관계인 집회’에서 찬성 결과가 나오면 호텔롯데의 병원 인수절차는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호텔롯데는 새 의료법인을 만들지 않고도 보바스병원 재단인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진을 바라는 대로 꾸릴 수 있게 돼 실질적 병원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비판이 적지 않다. 경영난을 이유 삼아 중소병원들이 이사회 구성권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병원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는 논리다. 또 편법을 통해 의료법 제33조 2항에 금지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조항을 무력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롯데가 공공연하게 돈을 주고 비영리 의료법인을 사는 꼴이다. 재벌기업이 앞으로 수요가 많은 노인 요양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영리병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곧 비영리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의 이번 병원 인수가 성사되면 의료기관 인수합병을 금지하는 법률이 사문화되고 병원을 사고팔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병원을 산 것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에 출연한 것이어서 일반적 기업의 인수합병과는 다르다. 또한, 병원에서는 이익을 환수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노릴 수도 없다. 이번 병원 진출은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바스병원은 2006년 늘푸른의료재단이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병원명 사용 인증을 받아 건실하게 운영돼왔으나, 부채 누적 등으로 경영난을 맞았다. 2015년 말 현재 전체 병원 자산은 1013억원이고 부채는 842억원이지만, 이 병원은 2013년 이후 해마다 40억원 이상의 의료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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