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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쓰레기통에서 나체로 발견된 기억상실증 남자의 이야기

  • 박세회
  • 입력 2016.12.07 07:34
  • 수정 2016.12.07 18:34

미스터리가 있다. 2004년에 버거킹 직원이 버거킹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벌거벗은 남성이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조지아 주 사바나의 인근 병원으로 그를 옮겼다. 하지만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몰랐다.

단서가 몇 개 있었다. 그는 백내장이 있었고 두개골에 외상 흔적, 목과 팔에 흉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지문과 얼굴로 검색해도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를 찾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이 ‘버거킹 신원 미상자’는 누구일까?

뉴욕 대학교 사회학 박사 과정인 매튜 울프는 2014년 2월부터 벤저민 카일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가 취재하던 도중 벤저민 카일의 신원이 밝혀졌다. 그는 잡지 '뉴 리퍼블릭' 12월 호에 ‘마지막 신원 미상자’라는 제목으로 12년 동안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살았던 남자의 이야기를 썼다.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주에 울프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뉴욕 대학교에서 실종자들을 전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의식이 있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기가 어디서 왔고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심리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 시점에서 그들에게 남은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뭐가 남아있을까?

또한, 이에 더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데도 흥미가 있었다. 지문이나 DNA를 볼 수 있다면, 억양을 들을 수 있다면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 사례는 정말 기묘했다. 미스터리가 있었다. 그걸 축으로 삼아 발전시켜 나갈 수가 있다. 대답을 알고 싶어 하는 핵심 질문이 있으므로 독자들은 계속 흥미를 가질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구일까?

이 이야기의 시작에 대해 말해 달라.

나는 “살아있는 신원 미상자’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살아있지만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사례가 벤저민 카일(버거 킹 신원 미상자)였다.

취재가 얼마나 걸렸나?

2014년 2월에 취재를 시작했고, 그해 9월까지 계속했다. 취재를 시작했을 때 나는 사립 탐정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들리지만, 사실은 그렇지는 않다! 기업들이 관련된 민사 사건들을 맡는 곳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차 안에서 몸을 숙이는 일은 거의 없었고, 전화를 많이 받았다. 전화번호와 주소를 찾아내는 건 언론인의 중요한 자질이다.

처음에는 플로리다에서 벤저민을 고용했던 조시 슈러트와 연락이 닿았다. 며칠 뒤에 나는 비행기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갔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의심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 해도 10년 동안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밝히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편집자 주 : 발견 당시 약물이나 알코올의 흔적이 전혀 없었던 '마지막 신원 미상자'의 주인공은 진짜 이름을 찾기 전 까지 '벤저민 카일'로 불렸다.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왔고 세 명의 형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생일이 1948년 8월 29일이라는 사실만은 기억했다. 이후 그는 노숙자와 빈곤자를 감호하는 조지아 주 사바나 시의 한 헬스케어 센터로 이송되었다. -뉴리퍼블릭

당신은 프리랜서 작가다. 이 글을 어떻게 팔았는지 말해 달라.

운이 좋았다. 어느 매체의 에디터와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 했고 승인했다. 그가 뉴 리퍼블릭으로 이직하면서 이 글도 그를 따라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제3막은 없었다. 벤저민의 정체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디터는 내가 제3막을 생각해내고, 그의 정체성이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독자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승인해준 것이다.

팟캐스트 ‘시리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난다. ‘시리얼’도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만약 내가 글을 쓰는 동안 벤저민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나는 ‘시리얼’처럼 독자들이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하는 마무리를 썼어야 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마치 미스터리 소설 같다. 내러티브의 영감을 찾아 다른 작가들을 참조했는가?

나는 뉴요커의 전속기자 데이비드 그랜의 팬이다. 그는 독자들이 계속 읽고 싶어지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솜씨가 대단한데, 이야기를 사용해 다른 질문들을 던지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의 이야기는 고전적인 뉴요커 스타일이다. 독자를 붙잡는 중심 내러티브가 있지만, 독자가 그 자체의 글을 읽지는 않을 다른 분야나 주제로 이야기가 갈라져 나간다.

벤저민의 경우 신원이 미스터리인 남성에 대한 중심 내러티브가 있었다. 하지만 인간 신원 밝히기의 역사, 역행성 건망증, 생체 정보학이라는 곁가지도 있었다.

데이비드 그랜의 ‘악마와 셜록 홈즈'와 더불어, 이 글을 쓸 때 가까이 두었던 책들은 데이비드 사무엘스의 ‘Only Love Can Break Your Heart’이다. 사무엘스의 단편들은 주제에 대한 개인적 집착을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놀라운 모델이다.

긴 글은 독자들이 방대한 양을 읽으며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 읽게 하는 게 중요하다. 문장 수준, 문단 수준에서 이뤄진다. 구조다.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에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시나리오 작법 책들도 읽었다.

편집자 주 : 벤저민 카일은 헬스케어 센터의 간호사인 캐서린 슬레이터의 도움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자신이 '족보 수사관'이라고 칭한 콜린 핏츠패트릭. 슬레이터의 요청을 받은 핏츠패트릭은 카일의 DNA를 사립 DNA 정보 회사에 보내서 그와 가장 많은 유전학적 유사성을 가진 성은 '파월'(Powell)이며, 캐롤라이나 서부 특히 트랜실베니아와 피켄즈 지방에 가까운 유전 정보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그러나 그녀가 트랜실베니아 신문사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에 사는 '파월'들을 찾아 카일의 계보를 '거의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쯤 카일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 -뉴리퍼블릭

완성본이 나올 때까지 초고를 몇 개 썼나?

몇 가지 다른 초고를 거쳤다. 난 좋은 이야기는 끝까지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쓰고 또 쓰고 구조를 여러 번 바꾼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8~10개의 긴 초안 몇 개를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나는 로버트 맥키의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와 데이비드 마메트의 ‘Three Uses of the Knife’도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셋업과 페이오프’라는 걸 한다. 전조를 깔아두는 것과 같다. 이야기 속에 뭔가를 넣어두고, 그 뭔가가 나중에 나타난다. 모든 좋은 내러티브는 다 그렇다. 흥미의 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우주를 보여주어야 한다. 논픽션이라 해도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게 있다면 그건 정당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존재하는 것이 정당하게 느껴져야 한다.

편집자 주 : 캐서린 슬레이트와 동거를 하던 카일은 둘 사이의 불화로 헤어지고 잭슨빌로 거처를 옮긴다. 이 시기에 카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매우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의 무관심한 태도와는 상관 없이 십수 년 동안 미디어는 계속 그를 조명했고, 이를 본 이들 중에는 카일이 기억 상실증이라는 게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결국 계보 찾기 TV 쇼 '당신의 뿌리를 찾으세요'의 출연자인 유전 계보학자 시시 무어(CeCe Moore)의 도움으로 인디애나 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서 벤저민 카일의 본명을 찾아낸다. 여기서 끝날 것 같았던 미스터리는 계속된다. 그가 인디애나를 30년 전에 떠난 후 버거킹에서 나체로 발견되기까지의 약 십수 년의 세월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읽을 수 있다. -뉴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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